배당·법인세·건전성까지 퍼진 해약준비금 여파…당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기본자본의 암초, 해약환급금준비금③]

2025-09-02     박영준 기자

<기본자본의 암초, 해약환급금준비금② 이어서>

금융당국도 예상을 뛰어넘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속도를 인지하고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을 더 완화했다간 청산가치 중심의 지급여력(K-ICS, 킥스)제도 근간이 흔들린다.

놔두면 연내 도입이 예고된 기본자본킥스비율 규제가 타격을 입는다. 무엇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손금산입으로 인정되며 법인세와 복잡하게 엮여 있어 기획재정부 및 세무당국과도 새로운 논의가 필요해진다. 

당초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도입된 건 보험부채 시가평가 시 실제 계약자에게 돌려줄 해약환급금(원가 부채)에 미달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렇게 줄어든 부채는 자본인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돼 배당 등으로 사외 유출될 우려가 있었다.

이는 킥스 제도의 근간인 청산 또는 계약자의 대량 이탈 시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못할 위기가 된다. 이에 원가 부채와 시가 부채 차액만큼을 준비금으로 쌓고, 배당가능이익서 제외하는 건 두터운 계약자보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였다.

예상치 못한 건 보험계약마진(CSM) 확대를 위한 보험영업으로 인해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점이다. 건전성 감독 목적의 킥스 회계(PAP)에서는 부채량이 증가할수록 무한대로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어난다. 반대로 재무회계(IFRS17)와 감독회계(SAP)에서는 이익잉여금 한도 내에서만 쌓도록 한다. 이 차이가 킥스상 자본의 계층화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

신규로 유입되는 CSM이 향후 이익잉여금에 충분히 반영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소된다. 단 초장기 계약 중심의 보험영업으로 ‘신계약CSM 유입→CSM 상각→보험손익 증가’의 흐름이 상당히 늦다. 보험계약이 장기일수록 실현되지 않은 이익(CSM)이 커지는 특성 탓이다.

이렇게 쌓인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배당은 막히고, 늘어난 손금산입 규모로 법인세 납부액은 줄자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은 일정 킥스비율(올해 기준 170%)를 넘는 보험사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비율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계약자에게 돌려줄 돈이 부족하더라도 건전성 관리에 충실한 회사라면 80%만 적립해도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적립되는 속도로는 배당여력 확보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함께 손금산입 효과로 보험사의 법인세 절감액은 점차 커지고, 향후 이익잉여금을 웃돌면 기본자본마저 빠르게 줄어든다. 기본자본킥스비율 규제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와 양립할 수 없다고 보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적립 비율을 더 하향했다간 위기 상황에서 계약자에게 돌려줄 금액이 부족해진다. 기본자본 중심의 자본확충을 유도하기 위해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경우 그간 보험사가 손금산입으로 인정받아 이연했던 법인세가 폭탄으로 돌아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40조원을 웃도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단번에 법인세로 납부할 경우 단순 계산 시 10조원에 이르는 세금 폭탄이 발생할 것”이라며 “당국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회사마다 얽힌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쉽사리 제도개선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