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의 보험판례65]
보험금 소멸시효, 사고일부터인가 진단일부터인가

2025-09-15     최수영 변호사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변호사

#A씨는 2013년 3월 1일 사다리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꼬리뼈 골절 상해를 입었다. 그는 이 사고로 ‘척추체에 약간의 기형을 남긴 때’에 해당하는 후유장해(지급률 15%)를 주장하며, 약 6년이 지난 2019년 10월경 보험금 청구 의사를 밝혔다. 보험사는 A씨의 보험금 청구권이 상법상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A씨는 보험사고 발생일이 아닌 후유장해 진단서를 발급받은 2019년 10월 17일에야 비로소 장해 발생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 약관은 “보험금청구권, 만기환급금청구권, 보험료 반환청구권 및 책임준비금 반환청구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정하고 있다. 

쟁점은 상해후유장해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사고일)인 2013년 3월 1일과 후유장해 진단이 확정된 때(진단일)인 2019년 10월 17일 중 언제인지 여부이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광주지방법원 2023년 6월 23일 선고 2022나57991(본소), 2023나76166(반소)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사정이 있는 때에는,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그러나 A는 이 사건 사고 직후부터 척추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았고, 2013년 3월 4일 및 같은 달 29일 촬영한 X-RAY 및 CT 검사결과 미추의 골절 및 탈구 진단 등을 받음으로써,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후유장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후유장해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판단하며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A씨가 사고 직후 병원에서 미추(꼬리뼈) X-ray를 촬영했을 때 이미 미추의 탈구 및 골절이 관찰되었으며, 이에 대한 진단서도 발급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의 경우, 골절과 탈구는 사고 직후 객관적 검사로 확인 가능했기 때문에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달리 적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으로는 신경학적 손상과 장해악화를 들 수 있다. 

뇌 손상이나 하반신 마비와 같은 신경학적 손상은 그 회복 여부와 정도를 사고 직후에 단정하기 어렵다. 의학적으로도 일정 기간의 경과 관찰과 재활 치료가 필요하며, 장해의 고정 시점은 사람마다 달라진다. 따라서 이러한 유형의 상해는 사고일로부터 곧바로 후유장해를 단정할 수 없으며, 치료가 종료되고 더 이상 호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장해를 확정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의학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보험사고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아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장해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장해가 고정되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즉 진단서 발급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보아 피보험자의 청구권을 인정했다(대판 2013다34693 판결).

기존의 상해로 인한 장해가 악화된 경우 의학적으로도 기존의 상해가 악화되어 새로운 장해가 발생했거나 기존 장해의 등급이 변경될 수 있다. 이러한 장해의 악화는 기존의 장해와는 별개로 새로운 '보험사고'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보험사고 당시의 장해상태로 보험금을 받은 후, 장해상태의 악화로 추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이는 최초 사고와는 다른 새로운 권리라고 보았다. 따라서 추가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장해상태의 악화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즉 팔 절단 수술을 받은 시점부터 별도로 진행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기존 보험금 청구권과는 독립적인 권리로 본 것이다(대판 2004다557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