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분쟁사례]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테마를 빙자한 자본시장 교란행위
송태원의 쉽게 푸는 자본시장 43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은 단순한 부정거래를 넘어, 자본시장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도전이다. 이 사건은 겉으로는 '우크라이나 재건'이라는 매력적인 테마를 활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허위 정보를 교묘하게 유포하여 투자자들을 기만한 전형적인 자본시장 교란행위이다.
부정거래행위의 새로운 양상: ‘사실’ 속에 숨어 있는 ‘기만’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은 투자자에게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부정거래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삼부토건 사건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삼부토건 측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MOU 체결'이라는 외형적 사실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은 해당 MOU가 실질적인 사업 추진 의지 없이 단순한 주가 부양을 위한 수단이었다는 의혹을 짙게 한다.
이는 기존의 '완전한 허위 공시'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의 부정거래이다. 즉, '사실' 속에 '기만'을 교묘하게 숨겨놓는 방식이다. 유사한 사례로, 과거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BMW 딜러십 계약'을 빌미로 허위 정보를 유포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법원은 이처럼 외형적 사실에만 얽매이지 않고, 그 정보의 실질적인 진정성과 행위자의 기망 의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삼부토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향후 유사한 유형의 부정거래에 대한 중요한 법적 기준점이 될 것이다.
미래 사업 기대감, ‘희망’인가 ‘기만’인가
그런데 모든 신사업 관련 보도자료나 공시가 주가 부양 목적이라면 부정거래가 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모든 기업의 미래 사업 발표는 위법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사법당국과 법원은 해당 신사업을 추진할 '진정한 의사'와 '구체적인 능력'이 있었는지를 보수적으로 판단한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8도6335). 기업의 미래 성장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투자자들을 속여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기망의 의도'를 구분하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만약 해당 MOU가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후속 조치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전무한 상태에서 오직 주가 부양을 위해 활용되었다면, 이는 단순한 '희망'이 아닌 '기만'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증권법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미국 법원은 미래 사업 계획에 대한 발표가 '단순한 의견(opinion)'인지, 아니면 '사실적 허위진술(misstatement of fact)'인지를 구별하는 '합리적 근거(reasonable basis)' 원칙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있었던 쿠팡 집단소송 사례로 보면, 쿠팡이 미국 상장 후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에 직면했을 때, 그들은 회사의 '성장 전략'이 허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쿠팡이 제시한 미래 사업 계획과 성장 전략이 경영진의 합리적이고 선의의 판단에 기반한 '의견'이라고 보았고, 실제 사업 실적 부진과는 별개로 투자자들을 '기만'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하며 소송을 기각했다.
반면, 2020년 니콜라(Nikola) 사건에서는 '수소 트럭 시제품이 실제로는 주행 능력이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숨기고 마치 자체 동력으로 주행하는 것처럼 홍보한 것이 '명백한 허위 사실'로 판명되어 증권 사기로 기소되었다.
이처럼, 삼부토건 사건의 MOU는 '진정한 의사와 능력'이라는 합리적 근거가 결여된 채 오직 주가 부양을 위한 기교로 사용되었는지 여부가 법원의 판단을 가르게 될 것이다.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
결론적으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은 자본시장이 여전히 허술한 테마에 취약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는 금융당국의 감시 시스템 강화,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지식 함양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신뢰는 공정한 규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형성된다. 삼부토건과 같은 기만적인 행위가 엄정하게 처벌되고, 그 불법 이익이 모두 환수될 때 비로소 투자자들은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엄정한 사법적 판단을 통해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