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분배금…하나대체운용, 美 부동산 펀드 연이어 흔들

나사펀드 임대차 협상 지연, 연수익률 ‘1%’ 다른 부동산 펀드는 대출 연장 불확실성에 원금 손실 가능성도…투자자 불안감 고조

2025-09-29     김세연 기자

미국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관련 공모펀드 운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수익률 급락과 원금 전액 손실 우려까지 겹친 탓이다.


재계약 불확실성에…분배금 연 환산 수익률 1%


29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올 7월 공시한 ‘나사 부동산투자신탁 1호(나사 펀드)’의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익자총회를 통해 당해 3월 30일이던 펀드 최초 만기일이 2029년 3월 30일로 연장됐다.

보고서에 드러난 운용 결과는 초라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오피스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임차 수요가 약화했고 2022년 펀드 매각 협상도 무산됐다.

지난 2017년 3월 출시된 나사 편드는 워싱턴 D.C.에 위치한 투인디스펜스스퀘어 빌딩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추구하는 폐쇄형 부동산 펀드다. 빌딩 임대 면적의 99%를 미항공우주국(NASA)이 장기 임차(2028년 8월 3일까지)하고 있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약 4410억원(환율 1158원 기준)을 들여 빌딩을 매입, 1564억원을 공모로 모집했다. 당시 한 증권사에서 배정된 매각 한도 900억원이 1시간 만에 완판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연장 이후다. 만기일이 나사의 임대차 기간보다 늦어지자, 회사는 지난해 4월 현지 임대 브로커(JLL)와 주관 계약을 맺고 나사와 임대차 연장 협상에 나섰지만 1년 7개월이 넘도록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임대차 재계약 불확실성은 투자자 분배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회사는 보고서를 통해 임대차 재계약 시 생길 예상 비용(임대차 주관사 수수료 등)에 대비한 유보금을 적립한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지난 4월 15일 기준 분배 수익률은 0.5%(연 환산 1%)로 낮아졌다. 목표 수익률(3%대, 연 환산 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자산가치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올해 실시한 감정평가에서 현지 감정평가 법인은 투인디펜던스스퀘어 빌딩 가치를 3억3100만 달러로 산정했다. 이 중 대출액 2억7500만 달러를 제외하고 대출 유보금(2603만 달러)을 더하면 8203만 달러로 원화 환산 시 약 1158억원이다. 조정 전(9240만 달러) 대비 11% 하락한 수치다. 자산은 매년 재평가할 때마다 하락했다. 

펀드 수익증권의 가치를 나타내는 기준가격 역시 설정 당시 1000원에서 지난 26일 종가 기준 542.27원으로 반토막 수준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 하락과 분배금 삭감에 더 큰 손실을 겪고 있다. 투자자 A 씨는 “현재 펀드 손실만 47% 정도, 분배금은 50만원 정도 나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14만원으로 줄어 손실이 더 크다”라고 토로했다.


대출 만기 앞두고 ‘강제 매각’ 공포 


또 다른 해외 부동산 공모 상품인 하나 대체투자 미국 부동산투자신탁 1호(파생형)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20년 출시한 이 펀드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레거시 센트럴4 (Legacy Central 4) 토지 및 건물에 투자한다. 삼성전자가 100% 책임 임차하는 빌딩이다. 총 400억원 규모로 설정됐으며 DB금융투자·유안타증권·유진투자증권·IBK투자증권이 판매를 맡았다. 만기일은 내년 4월 28일이다. 

이달 초 하나대체투자운용은 이 펀드가 원금 손실 위험에 처했다고 공시했다. 다음 달 30일 대출 만기를 앞두고 원활한 자산 매각과 리파이낸싱(자금 조달)을 위해 임대차 조기 연장을 위한 협의를 두 차례 시도했으나 임차사 대표로부터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공모 펀드 설정 당시 공모액과 현지에서 빌린 5500만 달러(한화 약 770억원)를 더해 빌딩을 사들였다. 

만기일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바로 채무불이행으로 처리된다. 이 경우 빌딩 같은 담보 자산이나 현지 법인 지분이 강제로 팔릴 수 있다. 특히 텍사스주는 법원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행정 절차만으로 담보를 곧바로 빼앗을 수 있어 위험이 더 크다. 

한 부동산 신탁 업계 관계자는 “리파이낸싱이 안된다는 것은 대주단에서 대출했던 자금을 회수한다는 의미”라며 “수익이 안 나는 건물에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매각 혹은 경매뿐으로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환 헤지 문제까지 겹쳤다. 본 펀드 환 헤지 비율은 100%, 계약 만기는 오는 11월 4일이다. 최근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하면서 정산금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약 당시에는 1000원대였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일부 환 전략 변경을 위해 수익자총회를 열었으나, 리파이낸싱 협의 지연으로 오히려 채무불이행과 지연손해금(연 15%)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다. 환 헤지는 환율이 변해도 고정된 원화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실시한 감정평가에서 레거시 센트럴4의 가치는 7670만 달러(한화 약 1083억원)로 산정됐다. 매입가(8850만 달러, 1250억원 ) 대비 13% 하락했다. Class A와 Class C- I 기준가(9월 26일 종가)는 각각 567.03원, 571.04원으로 설정 기준가 1000원대에서 50% 이상 떨어졌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미국 부동산 펀드는 대출 만기가 한 달도 안 남아 곧 어떤 식으로라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수시 공시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나사 펀드는 올해 미국 정부 부처와 관계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구조조정으로 의사소통하기에는 어렵고, 내년 초 실질적인 법인 임차인인 미국 행정기관(GSA)과 임대 연장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김세연 기자 seyeon723@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