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부채 할인율 좀 정해주세요” 발 동동…금융위는 차일피일
건전성 TF 2차 회의 무기한 연기 7월 이후 후속 조치도 전무 ALM·할인율·기본자본킥스 등 도입 예고 뿐 ‘제자리걸음’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난망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할인율에 대한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보험사마다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보험산업 건전성 태스크포스(TF)의 향후 일정에 기약이 없는 탓이다.
이외 함께 논의될 예정이던 자산-부채관리(ALM) 및 기본자본지급여력(K-ICS, 킥스)비율 규제 역시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전혀 진전되지 못하는 양상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주 예정됐던 보험산업 건전성 TF 2차 회의가 연기됐다. 향후 일정은 미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주재하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험산업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이 TF는 지난 7월 1일 1차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1차 회의에서는 ALM 고도화와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시행일정 등을 논의했다. 이후 해당 안에 대한 최종 방안을 지난 8월까지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2차 회의에서 논의하고자 했던 기본자본지급여력(K-ICS·킥스)제도 도입도 미뤄지고 있다. 해당 안의 경우 지난 3월 도입을 예고한 이후 1년 가까이 논의가 멈춘 상황이다.
관련해서 ALM 고도화 규제는 킥스제도 또는 경영실태평가(RAAS)를 통해 보험사의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 범위를 정하고 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새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금리 하락기 킥스비율 악화에 듀레이션 갭 확대가 주요인이라 판단한 조치다.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시행조정은 오는 2027년까지 최종관찰만기를 30년으로 확대하는 기존 방안의 일정을 금리 하락 등 시장 환경을 고려해 조정하는 것이다.
1차 회의 당시 △현행 계획 유지 △금융위·금감원 연례 협의를 통한 단계적 확대 △계획 사전 확정 후 시행일정 장기화 등을 대안으로 유연하게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 듀레이션 갭이나 기본자본킥스비율 역시 규제 방향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성은 결정된 상황에도 금융위 주관의 TF 회의가 열리지 못하면서 사실상 진행이 멈췄다.
차후 국정감사와 금융당국 인사 개편 등 굵직한 이슈가 남아있는 만큼 다음달 내 TF가 정상 가동될지 역시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최종관찰만기 확정에 따른 보험부채 변동을 계산하지 못하는 보험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착수했지만 금융당국의 할인율 확정으로 인해 예상되는 보험상품 판매계획 수립 및 포트폴리오 조정, 목표 수립에 따른 핵심성과지표(KPI) 확정 등이 전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고됐던 ALM이나 기본자본킥스비율 규제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니 업계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향후 자본 적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규제들인 만큼 빠른 논의를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 수준 규제 환경을 전제로 내년도 계획을 수립하겠으나 향후 규제 방안이 미정인 만큼 이외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규제 환경이 변하면 거기에 맞춰 수정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건전성 TF가 더 미뤄지면 보험사의 건전성에 관련된 보험개혁회의 내용은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라며 “변죽만 울렸을 뿐 하나도 결과를 내지 못하고 끝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4일 개최된 ‘태평양 보험 콘퍼런스(Pacific InsuranceConference·PIC)’에 참석 안창국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현시점 보험업계에 대해 합리적 규제개선을 통한 건전성 등 자본의 효율성을 도모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보험사의 건전성 부담이 일시에 발생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정책 방향은 보험사의 건전성 관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건전성 관리를 기본자본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ALM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부채 할인율에 대해 그는 “할인율 현실화 시행 시기를 적절히 조절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금융신문 한지한 기자 gks7502@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