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뒷얘기] ‘순한 맛’ 그친 할인율·듀레이션…보험사 건전성 규제 공염불

보험사 '힘들다' 앓는 소리에 최종관찰만기 확대 기간 10년 듀레이션 규제 경영실태평가만 연초 도입 예고한 기본자본킥스 후순위로 밀리며 ‘뒷심’ 빠져

2025-10-21     한지한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조정과 듀레이션 갭에 대해 기존 안보다 완화된 방안을 마련했다. 보험사의 앓는 소리가 먹힌 양상이다.

연내 발표를 앞둔 기본자본지급여력(K-ICS·킥스)제도도 이같은 완화 기조가 반영돼 지난 1년간 보험개혁회의부터 보험산업 건전성 태스크포스(TF)까지 이어온 건전성 고도화라는 목적이 자칫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조정과 듀레이션 갭 규제를 지난 20일 발표했다.

우선 할인율 현실화 조정에 따른 최종관찰만기(30년) 확대 일정은 오는 2035년까지 10년간 점진적으로 적용한다.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최종관찰만기 확대를 마무리한다는 현행보다 기간을 7년 연장해 건전성 부담을 줄였다.

앞서 지난 7월 진행된 보험산업 건전성 TF에서 금융당국은 △현행 유지(2027년까지 30년 확대) △매년 금융당국 논의 후 확대 여부 결정 △현행보다 장기화 추진 등 세 가지 안을 제시한 바 있다.

기존 방안도 이미 한 차례 완화된 조치였다. 올해부터 최종관찰만기를 30년까지 늘린다는 것이 최초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기간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건전성 부담이 일시에 커진다는 우려에 계획을 두 차례 번복했다.

듀레이션 갭 규제의 경우 오는 2027년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될 예정이다. 기존까지 보험업감독규정 내 의무를 부과해 듀레이션 갭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등 미준수 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을 고려하면 ‘순한 맛’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듀레이션 갭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경영실태평가 내 금리리스크평가에서 4등급을 부여한다지만 실상 제재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일부 평가가 미흡해도 종합평가에서 3등급 이상이면 경영개선권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기본자본킥스비율은 이미 경영실태평가 항목이나 현재 일부 회사가 마이너스(-) 수준을 기록해도 이렇다 할 제재가 없다.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후 듀레이션 갭 규제를 운영하면서 결과가 미흡할 경우 추가 보완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전없는 기본자본킥스, 제 역할 할까


일각에서는 연내 발표될 기본자본킥스제도에도 느슨한 규제가 적용돼 그간 강조한 건전성 고도화를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본자본킥스제도는 보험사의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내 자본의 질이 높다고 평가받는 기본자본만으로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을 감당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지난 3월 ‘제7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보완자본 의존도가 높은 보험업계 내 제도를 통해 기본자본 중요도를 키워 자본의 질을 제고하고자 도입을 예고했다.

이미 기본자본킥스제도는 도입 예고 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심지어 이후 발표한 할인율 현실화 조정 방안과 듀레이션 갭 규제가 먼저 도입되며 후순위로 밀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보험사는 기본자본킥스비율이 낮아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양상이다. 규제 도입을 대비해 기본자본을 선제적으로 확충한 곳은 DB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뿐이다.

규제 도입 예고 당시 금감원이 제시한 해외 규제 수준은 50%다. 올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 3개사(KDB·iM라이프·처브라이프), 손해보험 3개사(롯데·흥국·하나)가 해당 수준을 밑돌았다.

대형사 중에서도 한화생명(59.5%), 현대해상(53.8%)이 50%대를 기록하며 규제 수준에 근접했다.

이밖에 현재 킥스제도 가용자본 공통 경과조치 적용사도 콜옵션 도래에 따라 2년 내 모두 사라져 기본자본 확충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험사도 할 말은 있다. 기본자본 확충이 제한적이라 당장 규제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킥스제도상 단기적인 기본자본 확충 수단은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과 유상증자뿐인데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특성상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면 발행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관련해서 기본자본킥스비율이 50%대인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액 증가로 올해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뒤늦게 발표된 규제가 먼저 도입된 것만 보아도 뒷심은 떨어진 상황이다”며 “전 정권 인사의 작품인데 회초리는 현 정권 인사가 드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자본킥스제도는 현재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안이 타 규제처럼 완화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대한금융신문 한지한 기자 gks7502@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