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의 보험판례68] 제왕절개 후 사망, 우연한 사고일까 예견된 합병증일까

2025-11-03     최수영 변호사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변호사

#A씨는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후 급성 폐혈전색전증 등으로 사망하였다. 이에 유족들은 폐색전증 사망은 예측할 수 없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상해)라며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보험사는 폐색전증은 제왕절개 수술의 예견 가능한 합병증이므로, 약관상의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설령 상해로 보더라도 약관에는 '임신, 출산, 산후기로 상해가 발생한 때'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약관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 의하면 상해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를 의미한다. 면책약관에 의하면 피보험자의 임신, 출산(제왕절개를 포함), 산후기로 인하여 상해가 발생한 때(다만, 회사가 보장하는 보험금 지급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 사건의 쟁점은 △제왕절개 후 발생한 폐색전증이 약관상의 '상해(우연한 외래의 사고)' 요건을 충족하는지와 △'임신, 출산, 산후기 면책 약관'은 명시·설명의무 대상 조항인지 여부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년 8월 28일 선고 2021가합507108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 이 사건 제왕절재수술 시점으로부터 약 25시간 만에 사망한 점, 망인에 대한 부검 결과 오른쪽 종아리 심부정맥, 왼쪽 폐동맥 등에서 혈전이 확인되었는바, 망인의 사인은 폐색전증으로 판단된 점, 임신기간 및 출산 직후에는 폐색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특히 제왕절개수술의 경우 수술 자체가 여러 가지 혈액학적 변화를 유발하면서 폐색전증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점, 망인이 이 사건 수술 전 폐색전증 고위험군으로 진단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폐색전증이 이 사건 수술 전부터 존재하였던 망인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의하여 초래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망인은 이 사건 수술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폐색전증의 상해를 입고 그 상해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면책약관은 '피보험자의 임신, 출산(제왕절개 포함), 산후기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고, 이는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나 그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므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아야 한다. 일반인으로서는 이 사건 면책약관에 관한 보험자의 설명이 없다면 피보험자의 임신, 출산(제왕절개 포함), 산후기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을 예상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면책약관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이어서 보험계약자가 그에 관한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보험계약자인 원고 A 및 망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면책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상해의 외부성은 상해나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것을 의미한다. 망인의 사망 원인은 제왕절개 수술이라는 외부적 행위와 그 후 발생한 폐색전증 등의 합병증이었다. 망인의 사망은 질병의 자연적 경과가 아닌 수술이라는 외부적 의료 처치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외부성은 충족된다.

망인은 제왕절개 수술 후 급성 폐색전증 치명적인 합병증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25시간 만에 사망에 이르렀다. 이러한 경과는 상해가 발생하여 빠르게 사망에 이른 것을 명확히 보여주므로, 급격성 역시 충분히 충족되는 것이다.

우연성은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의가 아니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문제는 폐색전증이 제왕절개 수술의 예측 가능한 합병증이라는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연성이 결여될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의학적으로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의 통계적 위험이 존재할 때, 그 사고가 상해 보험의 '우연성'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의사의 설명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

의사가 설명하지 않은 경우 통계적 위험이 있더라도 환자는 그 위험을 몰랐으므로 사고 발생은 환자에게 '예견치 않은' 일이다. 이 경우 법원은 환자의 주관적 관점을 중시하여 우연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의사가 설명한 경우, 통계적 위험이 환자의 인지 영역으로 들어와 환자가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높다.

결국 의사의 합병증에 대한 설명 여부는 객관적 통계가 개별 보험 계약의 '우연성' 요건을 깨뜨리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곡점 역할을 한다.

의문스러운 점도 있다. 합병증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도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판결은 상해의 '우연성' 충족 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을 건너뛰고, 보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라는 절차적 쟁점을 앞세워 면책 조항의 효력을 부인했다. 이에 제왕절개 후 폐색전증 사망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상해보험의 근본적인 보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명확히 따지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