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뒷얘기] 낙관적 가정이 부를 무해지보험 폭탄
“산업 통계가 축적돼 있지 않거나 축적돼 있어도 각사별로 다른 가정을 임의로 적용해 수익성 편차가 큰 영역은 재무제표의 정확성과 투명성, 업계 내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낙관적 가정을 반영한 회사는 CSM과 손익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
“당국은 IFRS17 안정화를 연내 마무리하기 위해 무·저해지 가정, 보험취득현금흐름에 대한 경험 조정 처리, 공시이율 예실차 등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다. 계리적 가정에 영향을 미칠만한 부분은 무·저해지 가정이고, 어떤 방식일지 파악은 어렵다. 그 외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
이달 열린 보험사 상반기 실적발표 자리에서는 보험개혁회의서 논의되는 여러 계리적 가정 변경 사항에 대해 공유해달라는 애널리스트 질문이 이어졌다. 위는 이에 대한 A사와 B사의 답변 일부다.
금융당국이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이하 무해지보험)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보험개혁회의에서 비롯된 ‘단기납 종신 및 무해지보험 해지위험액 정교화’는 단기·중기·장기로 나뉜 기간 구분에서 단기 과제에 속한다.
정책 결정의 속도감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말까지 60개 과제 가운데 해결 가능한 내용을 추려 내년 초 발표한다는 계획이라 물리적으로 2차 영향분석 정도가 예상 할 수 있는 전개다.
이달 초 금융당국이 배포한 무해지보험 계리가정 변동(안)과 이에 따른 영향분석을 통해 업계가 예상하는 보유 CSM 감소 폭은 5% 내외(표 참고)다.
<관련기사: 2024년 8월 21일 본지 보도, [단독] 보험개혁회의 ‘무해지’ 대책 윤곽…조단위 CSM 증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재무제표의 투명성과 비교가능성 측면에서 무해지 보험 계리가정의 가이드라인 필요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무해지 구조로 만들어진 단기납 종신보험의 수익성 변동이 일례다. 상장 생보사인 C사의 지난해 사망보험 CSM배수는 최고 11.4배에 달했지만, 올해 상반기 현재 3.3배까지 하락했다. 불과 1년 만에 보험사의 급격한 가정변동을 목도한 셈이다.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품과 판매 포트폴리오 하에서 신계약 수익성만 3배 감소했다면, 작년에 사망보험 판매서 인식된 CSM을 시장에서 신뢰할 만한 수치라고 받아들이긴 어렵다.
손보사의 무해지 구조는 생보사보다 복잡하다.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없는 상품뿐만 아니라 납입기간이 끝난 후에도 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없는 상품도 존재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해지율 가정과 실제 해지율이 상품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생보사보다 예측이 훨씬 어렵다”라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는 ‘가입자가 해지해도 이득, 해지 안해도 이득’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향후 예상보다 해지가 적게 발생해 손실을 보더라도, 보험계약을 유지하는데 따른 유지수수료 수취에서 결국 이익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낙관적 가정(예상 해지율이 높다는 가정)이 사용될수록 무해지 보험의 보험료 인하 폭은 커진다. 어차피 이익계약이라면 더 저렴하게, 더 많이 팔아도 괜찮다는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실손보험 계리가정 변동’ 가이드라인을 떠오르게 한다. 만년 적자상품인 실손보험이다. 연간 보험료 상승폭을 낙관적으로 보고, 5년 내외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가정을 사용했던 보험사들은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라 수천억원의 CSM 감소를 맞았다.
최선 추정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현행 회계지만, “보험사를 너무 믿었다”라는 금융당국의 시각은 여전하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