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뒷얘기] ‘수상한 동행’…이복현 해외 IR 또 강행
감독 기능 이해충돌 우려부터 출장비 둘러싼 구설까지 무성 정무위 국감·종감 질의 주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다음 달 초 홍콩 투자설명회(IR) 출장에 나선다. 지난해 5월 동남아시아, 9월 영국·독일, 올해 5월 뉴욕에 이어 네 번째다.
금감원의 해외 IR은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저평가된 한국 증시 중에서도 비인기 종목인 금융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이런저런 얘기가 흘러나온다.
다수 금융사 홍보 담당 직원은 IR 직후 기자와의 만남이 있을 때면 으레 “이번 IR 분위기는 어땠다고 하더냐”며 동태를 살피곤 한다. 금감원이 IR에 데려갈 금융사를 선정하는 기준부터, 현장에서 이복현 원장의 발언과 뒷얘기 등에 대한 궁금증이 주를 이룬다.
밸류업 세일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악화 원인은 홍보 미흡이 아니라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문제 때문인데, 엉뚱한 다리만 긁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는 밸류업 효과보다는 기준금리가 내리면서 배당 여력이 커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IR에는 정치권의 시선까지 쏠렸다.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피감기관인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동행이 지속되는 상황에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하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금감원장이 금융기관의 대표들과 해외 IR에 동행하는 것은 이해충돌의 우려가 있다”며 감독과 지원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의 ‘금융중심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관련기사 : 2024년 9월 13일 본지 보도, 이복현표 ‘K-금융 세일즈’, 이해충돌 논란에 제동>
이 원장의 해외 IR 출장 비용 출처 및 세부 내역에 대한 물음표도 여전하다.
금융위원회가 김소영 부위원장의 해외 출장 비용 내역을 항공비, 숙박비, 식대, 기타 등으로 구분해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것과는 달리, 금감원은 모두 ‘체재비’로 포함해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무위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원장과 금감원 직원 3명이 지난해 첫 해외 IR(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에서 5박 6일간 쓴 비용은 총 2539만3000원이다. 이를 1인당 단순평균 비용으로 환산하면 634만8250원. 항공료와 물가 등을 고려할 때 통상적인 범위에 속한다.
두 번째 해외 IR에서 이 원장을 포함해 총 5명이 6박 7일간 사용한 비용은 총 4194만7000원으로 1인당 평균 838만9400원이었고, 세 번째 IR에선 같은 인원이 총 6474만6000원을 지출했다.
출장 기간과 경유 국가를 감안하면 사치스럽다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나, 금감원이 출장비 일부 항목에 대한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발 없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 정무위 의원실 관계자는 “출장비 공개에 대한 금감원의 버티기가 장난이 아니다”라며 “이 원장이 해외 출장에 가서 호화롭게 지내다 온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 원장의 해외 IR 출장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그렇잖아도 예산 부족으로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IR 관련 업무에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일손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여태 원장님들과는 다르게 (이 원장의)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긴 하다”며 “이 부분을 정치권에서도 의아하게 여기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무위는 오는 17일과 24일 각각 금감원 국정감사와 종합감사를 앞두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