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율 레버리지 자제령에도…‘0원 거래’로 유인 나선 키움證
영국 상장된 ETP 상품 중 3배 레버리지 전면 무료화
키움증권이 해외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에 무료 수수료를 내세우며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당국과 증권가 기조와 상반된 행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영국에서 상장한 종목을 미국 달러를 통해 거래하도록 개편한 뒤 영국 종목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전까지 영국 종목은 파운드화로 환전해야만 거래할 수 있었다.
제세금을 포함한 완전 무료 수수료는 ETP(Exchange Traded Product) 상품에 한정된다. ETP란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뒤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 중 무료 수수료로 거래가 가능한 레버리지 상품은 16개로 파악된다. 이들 종목은 모두 3배수 상품이며 테슬라·엔비디아·팔란티어 등 미국의 대표 기술주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이런 방침은 레버리지 종목 권유를 자제하는 증권가 흐름에 반대되는 모습이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3월부터 3배를 초과하는 해외 레버리지 종목에 대한 신규 매수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고배율 레버리지 종목은 급격한 손실 가능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미래에셋 측 설명이다.
<관련기사: 본지 2025년 2월 24일 보도, 미래에셋증권 ‘특단의 조치’…고배율 레버리지 투자 제동>
미래에셋증권은 더 나아가 레버리지 상품 권유를 안 하겠다는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 말 발표한 ‘고객 보호 선언’에서 “고(高) 레버리지·인버스 등 단기 변동성에 의존하는 고위험 상품을 추천하지 않겠다”며 “경쟁력을 갖춘 시장과 기업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 다른 증권사 역시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매수 권유를 삼가는 상황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1월 ‘LevShares 아이온큐 3X ETP’ 상장폐지 사태 이후 투자자들에게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을 꾸준히 안내 중이다.
ETF 전문 애널리스트인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자신의 리서치를 통해 “관세 불확실성에 미국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변동성이 높은 시기엔 레버리지 상품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최근 고객 편의성 차원에서 달러를 통한 영국 종목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무료 수수료 정책은 이를 기념해 최근에 진행하는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 차원에서 고배율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자 진입장벽이나 보호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고위험에 노출된 해외 레버리지 투자를 진정시키고자 당국 차원의 보호방안을 연내 시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해외 레버리지 상품 거래 계좌는 지난 2020년 15만6000좌에서 작년 196만7000좌로 급증했다. 이에 당국은 해외 레버리지 상품을 거래하려는 투자자로 하여금 1시간의 사전교육을 이수케 할 예정이다.
1시간의 사전교육은 금융투자협회 산하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제공하고 교육에는 레버리지 상품 구조·위험성 등이 포함된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