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액손실’ 벨기에펀드 재발 막는다…한투증권 ‘레스큐 펀드’ 만지작

노조 측 요구에 수습책 논의 중 선순위 대출 인수해 손실 최소화 벨기에 유사 구조 뉴욕펀드 ‘염두’ 불판 논란에 수익률도 곤두박질

2025-07-07     박이삭 기자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해외 부동산펀드에 대한 수습 방안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한국투자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벨기에 펀드)’ 전액 손실 사태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부동산펀드의 레스큐 펀드 도입을 놓고 내부 논의 중이다. 이는 지난달 말 노사협의회에서 노조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구조(rescue)를 뜻하는 레스큐 펀드는 판매사 또는 운용사가 자금을 투여해 현지의 선순위 대출을 인수(리파이낸싱)함으로써 투자자 손실을 줄이는 펀드다. 레스큐 펀드를 설정한 금융사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자산을 보유하며 적절한 엑시트 시점을 엿본다.

레스큐 펀드를 둘러싼 담론은 처음이 아니다. 벨기에 펀드를 조성한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에서 공식적으로 먼저 꺼냈다.

관련 발언은 지난 2023년 윤창현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한국금융 2030 청년 금융을 말하다’ 토론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채수미 한투리얼에셋운용 차장은 “해외 현지 대출 기관들에서 대출 만기 연장이나 리파이낸싱 불가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리파이낸싱이 실패하게 되면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당연히 예상된다”고 말했다.

채 차장은 대응 방안으로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레스큐 펀드 도입을 주장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안정화하기 위해 공적 차원에서 펀드를 조성한 것과 같은 맥락인데 현실화되진 못했다.

반면 이번 레스큐 펀드 조성 요구는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자금 출연에 바탕을 둔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를 수용할 경우 한투리얼에셋운용이 만들고 한투증권이 판매한 펀드에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금융지주 계열사에서 펀드 운용·판매를 모두 담당했던 만큼, 수습에 대한 책임성이 큰 것이 그 배경이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이 조성해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펀드는 총 4개인데 이 중 ‘한국투자 뉴욕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1호(뉴욕 펀드)’가 레스큐 펀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벨기에 펀드를 제외한 여타 해외 부동산펀드와 달리 수익률이 곤두박질쳐서다.

뉴욕 펀드는 벨기에 펀드가 판매됐던 2019년에 판매된 펀드다. 현지의 선순위 대출로 오피스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벨기에 펀드와 동일한 구조다. 불완전판매로 이뤄진 뉴욕 펀드의 수익률은 시장 침체로 원금 대비 40~50%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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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리얼에셋운용은 벨기에 펀드 사태와 같은 선순위 대주의 일방적인 자산 청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은 지난 4월 말 발간한 뉴욕 펀드 운용보고서에서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시 대주 측에서는 대출계약 시 담보로 제공했던 본 자산에 대해 법적인 절차를 통해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강제매각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노사협의회에선 사전 수요조사 등 불완전판매 관행에 관한 개선 요구도 나왔다.

사전 수요조사란 정식 투자설명서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투자자에게 투자 의향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상품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판매는 불완전판매를 유발한다.

아울러 펀드 손실로 구상권을 청구받거나 소송에 휘말리는 등 직원 피해를 막을 대책도 논의선상에 올랐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직원들과의 합의를 거쳐 관련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