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BK파트너스가 갱신하는 자멸 플랜
“신용평가사 보고서가 사실과 다르다는 자본시장 전문 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홈플러스 사태 원인이 과도한 차입금·자산 매각에 있다는 신평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대한 MBK파트너스 측의 답변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MBK의 애정 표현은 이 업계만의 밀접하고도 각별한 사랑을 당차게 웅변하는 듯했다.
<관련기사: 본지 2025년 8월 13일 보도, [팩트체크] MBK가 감춘 ‘과도한 차입·자산 매각’의 맥락>
보통 사람들의 세상은 MBK 편이 아니다. 홈플러스 영업에 관여한 수십만명의 노동자와 전단채 투자자들, 신영증권을 비롯한 전단채 판매사들, 국민연금과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 등 채권단, 그리고 이들의 심경에 공감하는 정치권·시민사회의 움직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MBK의 행태를 추궁하고 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린 김병주 MBK 회장의 성적표는 어땠나. 홈플러스뿐 아니라 영화엔지니어링·딜라이브·네파·모던하우스·롯데카드 등 경영 악화 사례가 차고 넘친다. 설상가상으로 롯데카드는 수백만명의 민감 정보가 유출되는 참사를 빚었다. 경영권 방어에 성과를 거둔 고려아연이 천운인 걸까.
그가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부분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경영에서도 이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MBK와 홈플 사이에 특수목적회사(SPC)란 장벽을 세운 뒤 홈플에 모든 부채가 전가되도록 설계하는가 하면, 사재 출연을 가장한 급전 보증은 회생 절차에서 다른 채권보다 우선 변제를 받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사회적 문제, 곧 ‘민생’ 프레임으로 만연해질 가능성엔 무게를 두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이 홈플 경영에서 그가 가장 치명적으로 오판한 지점이다. 앞으로의 나날도 그의 편이 아닐 것 같다. MBK가 홈플 지분 전량을 무상소각한다는 데도 이를 반기는 사람이 드물다. 새 수장을 맞은 금융감독원은 일찌감치 홈플을 벼르고 있다.
스멀스멀 간 보듯이 나오곤 했던 M&A 기사는 씨가 말랐다. 내일은 여당 원내대표가 홈플러스 본사를 방문한다고 한다. 단기 이익 추구에서 시작해 여론 악화·법적 분쟁·시장 고립까지 매번 새로운 차원의 자멸 플랜이 더 이상 갱신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