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BK파트너스가 갱신하는 자멸 플랜

2025-09-18     박이삭 기자

“신용평가사 보고서가 사실과 다르다는 자본시장 전문 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홈플러스 사태 원인이 과도한 차입금·자산 매각에 있다는 신평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대한 MBK파트너스 측의 답변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MBK의 애정 표현은 이 업계만의 밀접하고도 각별한 사랑을 당차게 웅변하는 듯했다.

<관련기사: 본지 2025년 8월 13일 보도, [팩트체크] MBK가 감춘 ‘과도한 차입·자산 매각’의 맥락>

보통 사람들의 세상은 MBK 편이 아니다. 홈플러스 영업에 관여한 수십만명의 노동자와 전단채 투자자들, 신영증권을 비롯한 전단채 판매사들, 국민연금과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 등 채권단, 그리고 이들의 심경에 공감하는 정치권·시민사회의 움직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MBK의 행태를 추궁하고 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린 김병주 MBK 회장의 성적표는 어땠나. 홈플러스뿐 아니라 영화엔지니어링·딜라이브·네파·모던하우스·롯데카드 등 경영 악화 사례가 차고 넘친다. 설상가상으로 롯데카드는 수백만명의 민감 정보가 유출되는 참사를 빚었다. 경영권 방어에 성과를 거둔 고려아연이 천운인 걸까.

그가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부분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경영에서도 이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MBK와 홈플 사이에 특수목적회사(SPC)란 장벽을 세운 뒤 홈플에 모든 부채가 전가되도록 설계하는가 하면, 사재 출연을 가장한 급전 보증은 회생 절차에서 다른 채권보다 우선 변제를 받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사회적 문제, 곧 ‘민생’ 프레임으로 만연해질 가능성엔 무게를 두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이 홈플 경영에서 그가 가장 치명적으로 오판한 지점이다. 앞으로의 나날도 그의 편이 아닐 것 같다. MBK가 홈플 지분 전량을 무상소각한다는 데도 이를 반기는 사람이 드물다. 새 수장을 맞은 금융감독원은 일찌감치 홈플을 벼르고 있다.

스멀스멀 간 보듯이 나오곤 했던 M&A 기사는 씨가 말랐다. 내일은 여당 원내대표가 홈플러스 본사를 방문한다고 한다. 단기 이익 추구에서 시작해 여론 악화·법적 분쟁·시장 고립까지 매번 새로운 차원의 자멸 플랜이 더 이상 갱신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