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의 신용등급 하락 거론하며
‘유통업계 전반’ 문제로 둔갑했지만
한신평·한기평 “과도한 차입금과
자산매각이 위기 원인” 일치된 진단
2025년 8월 13일 16:1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주 MBK파트너스는 이례적으로 자기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설명 자료를 발표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를 둘러싼 국회 토론회 때문이었다.
이달 1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선 MBK의 경영 방식에 대한 성토가 쏟아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전체 인수 대금 중 60% 이상을 외부 차입에 의존한 전형적인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방식을 택했다”며 “자금 부담은 투자자가 아닌 기업에 전가됐고 그 결과는 점포 축소·고용 감소·자산 매각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에 MBK 측은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가 과도한 차입금 및 자산 매각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MBK는 삼일회계법인의 홈플러스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MBK 측은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경영 위기는 1)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2)온라인 중심의 유통산업 재편으로 인한 소비자 구매 패턴 변화 3)신용등급 하락(A3→A3-)에 따른 유동성 악화 우려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는) 홈플러스만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닌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구조적 위기 상황이며, 홈플러스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려고 노력해 왔다”고도 밝혔다.
1·2번 주장은 일견 유통업계 전반을 관통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3번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유동성 악화 우려’ 등의 주장도 업계 위기 탓으로 갈음할 수 있을까.
신평사들의 공통 진단…과도한 차입·자산 매각
삼일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 원문을 보면 3번은 회생절차에 이르게 된 요인 중 하나로 명시돼 있다.
보고서는 “올해 2월 27일 신평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에서 ①장기간 영업적자 지속 ②과중한 재무부담의 지속 ③확대된 사업 불확실성 및 제한적인 실적 개선 전망 등을 사유로 신용등급을 하락 평가했다”며 “추가적인 자금 조달과 기존 금융채권 상환·대환 가능성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신평사들은 영업적자·과중한 재무 부담의 원인을 과도한 차입금·자산 매각에서 찾았다.
서민호 한신평 연구원은 당시 발간한 홈플러스 보고서에서 “현금창출력 대비 순차입금 규모(6조4334억원)가 매우 과중하다”며 “2024년 11월 말 기준 순차입금이 세전영업이익(EBITDA)의 20.3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는) 대주주 변경 이후 자산매각 등을 통한 인수금융 상환을 우선과제로 삼았다”며 “설비투자 규모를 크게 축소해 점포당 매출이 감소하는 등 자체 집객력이 저하됐다”고 덧붙였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 이래 자산 매각 중심의 경영 전략를 펼쳐 왔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투자금 상환을 위해 점포·부지를 매각하거나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임차) 방식으로 처분해 4조1130여억원을 현금화했다.
서 연구원은 “자금 유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처분가치가 높은 점포 중심으로 매각을 진행했고 이 중에는 사업 수익성이 양호한 점포가 포함돼 있다”며 “지속적인 점포 정리가 향후 동사 이익창출력 회복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 매각→차입금 증가→매출 하락 ‘악순환’
한기평 역시 이와 유사한 관점에서 MBK의 경영 실태를 짚었다.
김미희 한기평 연구원은 지난 2월 말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지속적인 점포 매각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해 왔지만 최근 점포 매각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차입금이 증가세로 전환됐다”며 “작년 11월 말 기준 순차입금이 전년 동기 말 대비 1194억원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점포 매각 등으로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무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된다는 의미다.
“저조한 잉여현금 창출 능력·과중한 레버리지로 인한 높은 금융비용 부담으로 인해 중단기 내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전망”이라는 것이 김 연구원의 결론이다.
이와 관련해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신평사 보고서가 사실과 다르다는 자본시장 전문 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임대료 조정이 안 된 15개 점포을 폐점하는 한편 다음 달 1일부터 본사 직원 중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