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미래에셋 국내 첫 사업자 승인
혁신기업 투자와 리스크관리 줄타기
2025년 11월 24일 06: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국내 1호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로 승인하면서 연 5~8% 수익에 원금까지 보장하는 새로운 금융상품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원금 보장 의무와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제도 취지가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증권사들이 은행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가 고객 예탁금의 70%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장기 일임형 계좌다. 증권사는 원금 지급 의무를 지는 대신 단기 발행어음보다 긴 만기로 안정적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 투자자는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금의 대체재'로 불린다.
정부는 IMA 도입을 통해 대형 증권사 중심의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은 IMA 조달액의 25%를 스타트업·벤처 등 혁신기업에 의무 투자하도록 했다. 이 비중은 내년 10%에서 오는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원금보장 구조가 오히려 모험자본 공급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 손실 발생 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증권사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 증권사들이 수익 안정성을 우선해 회사채나 중견기업 대출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 위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발행어음 제도 도입 당시에도 모험자본 공급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기업금융 확대와 혁신산업 지원이 취지였지만, 실제 운용자금의 상당 부분이 대기업 대출과 단기채권, 부동산 자산에 머물렀다. 원금보장 구조와 내부 리스크 관리 기준이 고위험 투자로의 연결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모험자본 운용 역량도 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기업금융 부문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집중돼 왔고, IT와 AI 등 기술기업·초기 벤처에 대한 심사관리 인프라는 미흡한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PF 비중을 10%로 축소하고 혁신기업 투자 확대를 요구해도, 실제 자금이 벤처로 유입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MA가 자금조달 수단으로만 활용되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제도 취지는 퇴색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IMA 운용자산의 모험투자 비중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 증권사에 실질적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다음달 초 첫 상품 출시를 목표로 투자설명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상태다. 업계는 두 회사 모두 연 4~6% 수익률의 안정형·일반형 상품을 먼저 선보인 뒤 점차 고수익 상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IMA는 중위험·중수익을 원하는 은행 예금 자금이 증권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라고 평가했다. 그는 "결제성 수신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2년 이상 장기 여유자금을 보유한 고객은 다르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예금 이상의 수익은 추구하되 원금 훼손 가능성은 최소화하고 싶은 고객층에게는, 상품 구조와 금리가 합리적이라면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길 유인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대한금융신문 이원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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