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한화생명이 구독경제에 저축보험을 결합한 ‘구독보험’을 내놨다. 납입한 보험료의 1.2배에 상당하는 포인트로 이마트 상품권이나 맥주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시도다. 기존 저축보험이라면 명백한 손실이 나는 상품을 출시한 배경은 무엇일까.

 

(사진=한화생명)
(사진=한화생명)

5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이마트, GS25, 프레시지와 각각 제휴해 만든 ‘라이프플러스구독보험(무)’ 신상품 3종을 어제부터 판매하고 있다.

매달 보험료를 내면 그달에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소비 혜택을 되돌려준다. 가입기간은 1년이고, 만기를 채우면 소정의 보험금도 준다.

일례로 ‘이마트 할인 구독보험’은 월 3만원의 보험료를 내면 매달 이마트 모바일 상품권 3만3000원권과 5000원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매달 1500원은 별도로 적립해 만기(1년) 때 1만8000원과 이에 해당하는 이자를 준다. 최소 낸 보험료의 1.3배의 금전적 혜택이 되돌아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종의 저축보험 상품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납입기간이 끝난 뒤 낸 보험료에 이자(공시이율)를 붙여 보험금을 받는 것과 달리, 보험금을 매월 포인트로 먼저 돌려준다.

한화생명이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저축보험(10년 만기, 3년납)에 가입해 1년간 보험료를 부었을 때 환급률은 공시이율(2.21%) 기준 100.6%다. 현금과 포인트의 차이가 있지만 최소 20%포인트 이상 이득을 볼 수 있다. 한화생명 입장에선 애초에 보험금(현금)을 돌려줄 목적으로 만든 상품이었다면 손실만 났다는 의미다.

손해날 걸 알지만…‘한시적’

한화생명의 구독보험은 올해 11월 이후로는 더 이상 가입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3개월짜리 한시적 상품인 셈. 이 상품은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포인트 플랫폼을 통한 보험금 지급 서비스’에 기반해 개발됐다. 

혁신금융서비스로 규제 특례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2년이다. 즉 내년 11월까지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이 상품의 만기가 1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올해 11월 이후엔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 연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금융위는 보험업권 헬스케어 활성화 TF 2차 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험사가 선불전자지급업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가입자의 건강관리 노력에 따라 보험사가 직접 포인트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만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헬스케어 관련용품 구매’와 ‘보험료 납부’로 한정했다. 한화생명의 이번 상품 출시와 헬스케어서비스가 사업의 속성이 다를지라도 대부분의 물품 구매가 가능한 이마트 상품권 등을 포인트 형태로 지급하는 건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상 이마트 상품권 등은 보험사가 발급하는 포인트로 대부분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선불지급결제업이 보험사의 겸영업무로 허용되는 상황에서 특정 회사만 가능한 사업모델을 계속 허용해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얼 얻을 수 있나

구독보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디지털담당 부사장이 상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 상품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의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면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설계사 조직을 자회사로 완전히 분리한 뒤, 온라인에서 가입 가능한 상품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대면 설계사로는 더 이상 미래 먹거리인 젊은 세대 유입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한화생명이 구독보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를 ‘구독’이라는 경험으로 바꾸는 시도다. 약 1년 3개월의 기간 동안 구독보험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 계약을 유지·관리하는데 필요한 노하우 등을 얻을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가입자 정보(DB) 확보다. 구독보험 가입자가 개인정보제공에 대한 동의를 하면 DB는 한화생명의 판매조직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넘어간다. 

구독보험은 일종의 ‘무료보험’ 마케팅과 닮아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백신 부작용을 대비하는 보험상품을 공짜로 가입시켜주겠다는 마케팅이 성행 중이다. 무료로 제공할 땐 그 대가로 연락처 등의 정보를 요구한다. 추후 이렇게 취득한 개인정보는 보험영업 등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거친 DB는 건당 10만원 내외로 판매되고 있다. 보험사마다 DB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라며 “구독보험도 낸 보험료 이상의 혜택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무료보험의 성격과 비슷하다. 상품판매에 따른 손실보다는 DB 확보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클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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