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한투, 주주 집단소송 뭇매
단기매출 예측 빗나갔지만
기술특례 본질은…"성장성"
2024년 4월 5일 10:14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기업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소송에 휘말렸다.
일선에서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특수성이 도외시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파두의 경우 당장의 매출이 아닌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장이었다는 이유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파두 주주들은 파두와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상장주관사를 상대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에 의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변호인은 법무법인 한누리다.
한누리 관계자는 "아직 첫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았다"며 "(지난달 중순) 소장 제출 후 며칠 이내에 변론기일이 잡혀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 재판부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소장 제출 당시 한누리 측은 파두와 상장주관사들이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말했다. 파두 매출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명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파두의 전체 매출액은 직전 연도에 비해 60% 급감했다. 지난해 8월 증시에 데뷔한 파두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40%(1만8500원) 급락했다.
주주들은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3만1000원)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뻥튀기 상장'을 주장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대한 공개적 반론이 전무한 상태다. 투자자 여론이 부정적인 데다, 금융감독원이 NH·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게 그 배경이다.
파두가 추진했던 기술특례상장은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0조(기술성장기업에 대한 특례)에 기반한다. '기술력과 성장성이 인정되는 경우, 혁신기술기업으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클라우드·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반도체 기술력이 주된 상장 포인트였다.
지난해 이지효 파두 대표는 IPO 기자간담회에서 "기술특례 상장이기 때문에 자랑할 만큼의 매출과 이익을 내진 않았다"면서도 "고객사를 확보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3년 뒤 매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사안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기 매출이 기술특례상장의 본질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파두의 매출 예측이 많이 빗나가기는 했다"면서도 "기술특례라는 제도 아래에서 너무 타이트한 매출 예측을 요구하면, 주관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되도록 정확한 밸류에이션 예측이 필요한 건 맞지만, 투자자들도 눈앞에 닥친 수급보다는 장기적인 혁신성을 보고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취지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실적이 가시화되는 건 좀 오래 걸릴 거야'라는 것"이라며 "당국과 거래소가 이런 점을 부각시켜 줘야 하는데 투자자 눈치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IPO 상장은 냉랭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스팩·리츠 제외)은 15개사로, 2021년(26곳)·2022년(20곳)·2023년(19곳) 등 과거 같은 기간에 비해 우하향을 그리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