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험사의 사업보고서에서 신계약의 수익성을 엿볼 수 있다. 바뀐 회계제도에서 보험사는 신규 매출에서 비롯될 현금 유입과 유출을 최초인식 효과를 통해 최대한 설명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계약마진(CSM)이 보험사의 가정이 최종 반영된 신계약의 마진율이다. 대한금융신문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마진율의 산출 과정을 살펴본다.
2024년 4월 11일 16:51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의 사망보험 ‘신계약의 최초 인식’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생명 대비 보험모집비용(신계약비)을 많이 쓰고도 마진율(미래현금유입 대비 CSM)은 유사하게 산출됐다는 점이다.
가정 차이가 이정도로 벌어지면 두 회사 중 하나는 향후 수익 인식이 뒤틀릴 수 있다. 만약 한화생명의 계리가정이 옳다면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험사, 가입자, 판매채널 모두에게 이득인 상품이다. 오히려 환급률에 대한 감독당국의 개입이 겸연쩍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배경>
각사 사업보고서 및 DB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생명이 판매한 사망보험의 미래현금유입의 현재가치 대비 보험취득현금흐름은 23.8%로 삼성생명(11.6%)나 동양생명(11.4%)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사망보험 신계약에서 비롯된 미래현금유입의 현재가치는 7조2050억원으로 삼성생명(11조9270억원)보다 4조7000억원 가량 낮다.
반면 보험취득현금흐름은 1조7170억원으로 삼성생명(1조3880억원)보다 많았다. 보험모집비용이 향후 보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지만, 규모 역시 삼성생명을 앞지른 것이다.
<핵심>
두 배가 넘는 모집비용을 쓰고도 마진율이 삼성생명과 비슷하고, 동양생명보다 높다는 건 짚어봐야 할 점이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사망보험 마진율은 16.2%로 삼성생명(16.4%)과 불과 0.2%포인트 차이다. 동양생명보다는 4.6%포인트나 높다.
상대적으로 보험금 및 보험서비스비용 지출이 적다는 가정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생명의 미래현금유입의 현재가치에서 보험금 및 보험서비스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8.6%로 삼성생명(70.9%)이나 동양생명(76.0%) 대비 크게 낮다.
계리전문가들은 한화생명이 사망계약에 사용한 해지율이 타사대비 높다고 본다. 해지계약이 많으면 그만큼 줄 보험금도, 판매채널에 지급할 유지수수료도 줄어든다.
결국 “상당히 낙관적”이라는 게 이들 평가다. 같은 사망보험에 대해 전혀 다른 가정이 사용된 흔적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각 가정들은 외부 회계법인 등의 검증을 통해 산출된 가정으로 충분한 근거를 통해 산출됐다. 해지율 등은 공시 항목의 단편적인 수치만을 근거로 판단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낙관적 가정은 CSM 규모를 키운다. 투자자는 현재시점에서 보험사가 가정한 CSM이 장래 보험손익에 귀속될 것이라 믿는다. 반대로 실제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계리가정이 무너지면 대규모 손익 감소를 맞닥뜨려야 한다.
<알아야 할 것>
한화생명은 지난해 사망보험 미래현금유입의 현재가치 대비 연납화보험료(APE) 규모도 나머지 2개사 대비 높다.
한화생명 22.0%, 삼성생명 15.0%, 동양생명 12.4% 순인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미래현금유입의 초기 인식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단기납 종신보험이다. 통상 20년 구조로 판매되는 종신보험의 납입기간을 5년, 7년으로 줄인 상품인 만큼 초기 유입되는 보험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한화생명의 사망보험 포트폴리오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생명의 낙관적 가정이 단기납 종신보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추가>
지난달 말을 끝으로 생명보험업계의 단기납 종신보험 광풍은 막을 내렸다. 금융감독원의 감독 강화로 자율규제 차원에서 환급률이 낮아지며 상품의 매력이 떨어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의 가정이 옳다면 금감원의 감독 강화로 보험사, 계약자, 판매채널 모두 피해를 입은 것”이라며 “보험사엔 이익계약이었고, 판매채널은 높은 수수료를, 가입자는 높은 환급률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