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년대 건립된 ‘극락전’, 무량수전보다 오래된 목조건물
절입구 소나무와 은행나무, 그리고 영산암 ‘반송’이 멋진 곳

경북 안동 봉정사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이다. 봉정사에는 1200년대에 건립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 ‘극락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맞배지붕 양식이며 출입구는 물론 창틀 등이 조선시대의 그것과 비교될 만큼 소박한 건축미를 지니고 있다.
경북 안동 봉정사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이다. 봉정사에는 1200년대에 건립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 ‘극락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맞배지붕 양식이며 출입구는 물론 창틀 등이 조선시대의 그것과 비교될 만큼 소박한 건축미를 지니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전 국토의 70%가 산림지대다.

그중에서 사찰림은 전 국토의 0.7%. 그런데 전체 천연기념물(식물)의 10.7%가 이곳에 있다.

이 이야기는 사찰림이 토지면적에 비해 15.3배가량 더 많은 천연기념물을 가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멋진 나무를 보려면 주변 사찰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북 안동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찰이 한 곳 있다. 봉정사라는 절이다.

2018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은 모두 7곳.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된 산사들은 모두 원형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봉정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극락전(국보 제15호)’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창건되었고, 극락전은 대략 1200년대 초반에 지어진 건물로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보다 더 나이를 먹었다고 한다.

봉정사는 영산암이라는 작은 암자를 끼고 있어 더 유명하다. 영화 몇 편이 이곳에서 촬영됐기 때문이다. 국보와 보물, 그리고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 등 볼거리가 참 많은 절집인 셈이다.

봉정사를 오르는 길은 건장한 소나무가 좌우로 시위하듯 서 있는 공간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일주문에 들어서 걷다 보면 멀리 눈높이보다 높은 둔덕으로 만세루가 보이기 시작한다.

만세루를 향해 발길을 내디디면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200년쯤 된 소나무 한 그루가 옆구리에 버팀목을 대고 비스듬히 자라고 있고 그 위로 몇 그루의 소나무들이 봉정사 입구를 지키는 사천왕상처럼 위엄 있게 서 있다.

실제 봉정사에는 일주문을 지나면 일반적인 사찰에서 만날 수 있는 사천왕문이 없다.

그래서 사찰이 신성한 곳이라는 알리고 악귀를 내쫓기 위해 만든 사천왕상들도 없다. 그렇다고 키 자랑하는 소나무 때문에 없는 것은 아니다. 물이 만나는 합수명당 자리여서 사천왕문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뿐이다. 

봉정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영화의 배경으로도 자주 나왔던 암자 ‘영산암’이 나온다. 툇마루가 있는 누각이 눈에 들어오고 누각을 통해 암자로 들어서면 바로 번듯한 반송 한 그루가 반긴다. 마치 탑을 대신해서 서 있는 모습이 간결한 절집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봉정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영화의 배경으로도 자주 나왔던 암자 ‘영산암’이 나온다. 툇마루가 있는 누각이 눈에 들어오고 누각을 통해 암자로 들어서면 바로 번듯한 반송 한 그루가 반긴다. 마치 탑을 대신해서 서 있는 모습이 간결한 절집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소나무 사이로 길을 돌아 고개를 들면 긴 계단 위에 봉정사의 주공간으로 길을 안내하는 만세루가 보인다.

만세루는 봉정사의 핵심 공간인 대웅전과 극락전으로 오르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누각이다.

일반적인 사찰의 구조로 치면 일주문 뒤에 사천왕문, 그리고 불이문을 통과해서 대웅전으로 들어가야 하나 이곳에선 만세루가 사천왕문과 불이문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다.

운판과 법고, 그리고 목어가 만세루의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아침과 저녁 예불을 알리는 신호는 범종각에 있는 종을 타종하면서 시작되고, 뒤이어 순서대로 법고와 목어 운판이 봉정사를 채우게 된다.

만세루의 건립연도는 1680년, 조선 숙종 때이다. 정자와 문의 역할을 함께 하도록 설계된 만세루는 여러 대중이 모일 수 있는 강당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만세루 아래로 계단을 오르면 정면에 이 절집의 중심 건물인 대웅전(국보 제311호)이 바로 보인다.

봉정사의 대웅전은 일반사찰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툇마루를 가지고 있다. 툇마루만 보면 일반 여염집 느낌이 강하게 품긴다.

그 오른쪽에는 보물 제448호로 지정된 조선 후기 건물인 화엄강당이 자리하고, 이를 지나면 아담한 3층 석탑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을 만날 수 있다.

정면 3칸, 측면 4칸의 맞배지붕 양식의 극락전은 한마디로 소박하다. 극락전을 나드는 문도 그렇고, 햇살을 담아내는 창틀도 그렇다.

이처럼 만세루에서 시작된 봉정사의 부속 건물들은 양식과 모양새 등이 모든 시대를 담은 듯 다채롭기만 하다.

봉정사에서 동쪽으로 살짝 길을 더 나서면 바로 영산암을 만나게 된다.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나랏말싸미〉의 촬영지였던 영산암에서 눈을 바로 사로잡는 것은 우회루를 지난 왼쪽으로 서 있는 반송이다.

마치 탑을 대신하듯 서 있는 반송은 영산암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만든다. 아마도 어떤 이들은 탑돌이 대신 이 반송을 돌면서 ‘석가모니불’을 외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반송은 반듯하다.

이렇게 봉정사와 영산암은 다양한 건물의 양식을 보는 즐거움을 주는 곳이고, 나무를 통해 아름을 느끼게 하는 사찰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 소개하지 않은 웅장한 규모의 은행나무도 사찰의 오래된 역사를 보여준다.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는 재미, 그리고 절집 한 부분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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