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최영배 기술혁신플랫폼부 부장

KB국민은행 최영배 기술혁신플랫폼부 부장. 사진출처=국민은행
KB국민은행 최영배 기술혁신플랫폼부 부장. 사진출처=국민은행

올해 금융권의 화두 중 하나는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다. 은행들은 가상세계에서 간단한 회의부터 멘토링, 금융교육, 신입행원 연수까지 진행하며 비대면 플랫폼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은행권은 메타버스를 미래 주 소비층인 MZ세대와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한편 가상 영업점을 통해 이용자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등 지점 업무 대체까지 염두에 두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 최영배 기술혁신플랫폼부 부장<사진>은 “메타버스에서는 누구나 디지털 아이템과 같은 재화를 만들어 판매하고 소비하는 경제 시스템을 누릴 수 있다. 메타버스와 디지털자산, 금융이 서로 융합하면서 새로운 금융서비스들이 생겨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영배 부장이 몸담고 있는 기술혁신플랫폼부는 최신 기술들을 빠르게 시도해보고 이를 조직 내부에 전파하는 역할로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에 대한 검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민은행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KB금융타운’도 이들의 손을 거쳐 한 달 만에 탄생했다. 

“새 금융채널 가능성 점검”

KB금융타운은 화상회의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으로 만들졌다. 대면과 비대면의 장점을 결합한 서비스 모델이다. 국민은행이 메타버스와 금융의 접점을 찾기 위해 실험한 첫 번째 테스트베드다. 이곳에서 이용자는 직원과 화상상담을 진행하고 모바일 상품 플랫폼 'KB모바일브랜치'를 통해 상품 가입을 할 수 있다. 

KB금융타운을 통해 게더타운의 활용 가능성을 엿본 기술혁신플랫폼부는 다음으로 또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 검증에 착수했다.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이더라도 로블록스와 게더타운은 서로 지향점이 다르다. 게더타운은 화상회의, 로블록스는 게임에 특화됨으로서 두 플랫폼은 적용 콘텐츠와 타깃층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로블록스는 플랫폼 밖의 외부 서버와 연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최영배 부장은 “로블록스를 이용한 실험은 기존의 메타버스 플랫폼과 금융서비스의 연계다. 가장 기본적인 잔액조회, 이체 등의 서비스를 로블록스에 적용해 가능 여부를 테스트하는 것”이라며 “이는 메타버스가 은행의 새로운 채널로써 활용 가능한지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에 금융서비스를 접목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파악하고자 한다”며 “향후 로블록스, 제페토 외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출현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들 플랫폼에 금융서비스를 보다 빠르고 쉽게 접목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적 코드 녹여낸 콘텐츠가 핵심”

메타버스의 주요 타깃층은 MZ세대로 쉽게 싫증을 느끼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크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가상세계 서비스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지속적인 사용 유도를 위한 유인책의 중요성도 꼽힌다.

최 부장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과 다른 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메타버스는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성취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도구”라며 “특히 MZ세대는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는 데에 열광한다. 따라서 단순한 금융 콘텐츠가 아니라 게임이나 소셜 등을 이용해 문화적 코드를 잘 녹여낸 콘텐츠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은 이용자들이 메타버스에서의 활동이나 기여에 대해 보상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라며 “단순히 메타버스에서 보상을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받은 보상을 현실세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부장은 예시로 메타버스에서 받은 포인트나 커피 쿠폰을 현실세계의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와 현실세계가 서로 상호 작용이 가능하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보상이나 로열티 프로그램의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사이버 범죄 등 사회적 문제 대비해야”

그는 “금융은 신뢰성과 안전성이 핵심 가치다. 메타버스에서 인증이나 보안 기능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인증 부분은 메타버스에 최적화된 형태로 재설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는 하나의 가상세계로 다양한 사이버 범죄 등 사회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법적인 부분도 함께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상경제 관련 주요 법적 쟁점으로 플랫폼에서 타인을 사칭하고 권리를 도용하는 ‘부정경쟁행위’, 개인정보 제공·공유 시점 확인 및 보호 한계가 있는 ‘개인정보 보호’ 등이 거론된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사업 현황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관련 업계는 개인정보 노출, 아바타의 인격권 보장, 자금 세탁 등 가상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행위 등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인지하고 제도적 방침 마련을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 부장은 “지금은 메타버스 기술을 경험하고 금융을 접목하기 위한 기술적 과제들을 파악하는 단계”라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이 금융의 주요 채널로 자리 잡았듯이 메타버스가 새로운 금융채널, 메타버스뱅킹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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