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 바른 구릉위에서 600년 살아온 유일의 갈참나무 천연기념물
거인처럼 서 있는 장성 백양사 들머리엔 최고 700년 나무도 있어

경상북도 영주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갈참나무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한 그루있다. 햇볕경쟁을 벌이지 않아 나무의 모양이 수려해 지정된 듯하다. 마을에선 이 나무를 당산나무로 여기며 매년 정월 대보름때마다 제사를 올리고 있다.
경상북도 영주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갈참나무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한 그루있다. 햇볕경쟁을 벌이지 않아 나무의 모양이 수려해 지정된 듯하다. 마을에선 이 나무를 당산나무로 여기며 매년 정월 대보름때마다 제사를 올리고 있다.

도토리 열매를 맺는 나무를 흔히 참나무라고 하지만 실제로 참나무라고 특정할 수 있는 나무는 없다.
오히려 이 나무에 속한 여섯 나무가 있을 뿐이다. 상수리·떡갈·신갈·굴참·졸참, 그리고 갈참나무가 다 참나무라고 불린다.

참나무는 대표적인 낙엽활엽수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다. 몇백 년 동안 숲을 그대로 두면 우리나라 산은 거의 참나무가 뒤덮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대표 나무로 참나무를 꼽게 된다.

특히 참나무는 수분과 양분이 가득 들어 있는 굵은 열매(도토리)을 가진데다 나무껍질이 두꺼워 산불과 추위에도 강하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활엽수 중에서 강한 성장력을 보이는 나무이고, 그래서 대표 수종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늘 소개할 나무는 그런 참나무 중에서도 서울에 있는 고궁이나 조선의 왕릉 등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갈참나무가 주인공이다.

갈참의 ‘갈’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분분하다. ‘작은’을 뜻한다는 사람도 있고, ‘가을’의 준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소월의 시에 붙인 노래 〈강변 살자〉에는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라는 대목이 있다. 여기서 갈잎을 갈참나무의 잎이라고 해석하는 학자가 있을 만큼 갈참나무는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참나무 중 하나다.

박상진의 《궁궐의 우리나무》에 따르면 창덕궁에 있는 참나무 4000그루 중 1/3인 1400여 그루가 갈참나무라고 한다.

참나무 중 갈참나무의 개체가 많은 것은 산속에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신갈나무나 떡갈나무와 달리 인가가 있는 구릉지에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갈참나무의 식생 덕분이다.

이처럼 갈참나무는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무다. 그렇지만 널리 알려진 갈참나무는 별로 없다.

전남 장성 백양사 들머리에는 300년에서 700년된 아름드리 갈참나무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도열하듯이 사람을 맞는 갈참나무는 백양사의 역사를 이야기하듯 거인처럼 서 있다.
전남 장성 백양사 들머리에는 300년에서 700년된 아름드리 갈참나무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도열하듯이 사람을 맞는 갈참나무는 백양사의 역사를 이야기하듯 거인처럼 서 있다.

천연기념물 중 갈참나무가 하나인 것을 봐도 그렇다.

그리고 장성 백양사 입구에 있는 갈참나무 무리 정도만이 사람들의 뇌리에 심겨 있을 뿐이다. 우선 천연기념물 갈참나무는 그 모양새가 근사한 덕을 크게 본 듯하다.

소백산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영주의 부석사 근처에 있는 병산리 갈참나무는 높이 15m 정도 되고 600여 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세종 8년에 창원 황씨 집안의 황전이라는 사람이 봉례 벼슬을 할 때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병산리 마을 사람들에게 당산목으로 섬겨지고 있는 이 나무는 양지바른 구릉 위에 우뚝 서 있다. 햇볕이 좋은데다 언덕 위에 있다보니 주변에 경쟁 수목이 전혀 없다.

그래서 백양사 입구에 있는 갈참나무들처럼 하늘을 향해 키 경쟁을 벌이지 않았다. 오히려 속리산에 있는 정2품송처럼 좌우로 대칭되는 모습으로 가지가 멋지게 뻗었다.

그 모습이 보통의 갈참나무와 달라 더 귀한 대접을 받는 듯하다. 그런 까닭에 병산리 주민들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는 당산목인 이 나무에 모여 제사를 지낸다.

필자가 나무를 보러간 날에도 나무 앞 젯상에는 막걸리 등의 술을 올렸던 흔적이 여전했다.

병산리 갈참나무보다 더 큰 키를 자랑하는 백양사의 갈참나무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나무다.

우선 사철 볼거리를 주는 백양사 입구에 있어서 더 그럴 것이다. “산은 내장이요, 절은 백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백양사는 볼거리가 많다.

백양사 대웅전 뒤편으로 보이는 백암산 백학봉의 하얀 바위도 그렇지만, 봄이면 우아한 고불매가 수많은 탐매객들의 발걸음을 잡아챈다. 

가을이면 백양사 들머리를 가득 채운 아기단풍나무의 단풍은 절경을 펼친다. 

비자나무의 북쪽 한계를 백암산에서 펼치는 모습도 나무를 찾는 사람들에겐 관심의 대상이며, 각진대사의 지팡이가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했다는 이팝나무는 초여름 백양사 쌍계루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가 돼준다.

하지만 반월교 주변부터 시작되는 갈참나무 숲은 들머리 숲길의 분위기를 중후하게 잡아낸다. 

햇볕 경쟁에서 살아남은 300년에서 700년 된 나무들이 거인처럼 서 있다 보니 사천왕을 만나기도 전에 사람들은 갈참나무에게 겸손을 배우게 된다. 

이런 까닭에 많은 관광객이 백양사를 찾을 것이다. 이달 하순이면 또 이곳은 인산인해의 단풍객들을 맞을 것이다. 

볼 그림이 많으니 번거로움도 통과의례 쯤으로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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