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제휴, 투자 늘리는데
당국 기조에 정체된 미래시장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가 암호화폐 시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사가 암호화폐를 미래 결제 수단으로 보고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관련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유관사업 발굴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18일 마스터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디지털 자산 플랫폼 백트와 제휴를 맺었다. 마스터카드는 회원이 제휴 은행이나 가맹점에서 카드포인트, 항공·호텔포인트 등을 비트코인으로 전환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추진한다.

마스터카드가 암호화폐 관련 업체와 협업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거래소 제미니와 제휴 신용카드를 출시했고, 이달에는 홍콩, 태국, 호주 등의 거래소들과 제휴를 맺었다.

비자카드도 지난 3월부터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의 가치가 법정화폐와 연결돼 변동성이 적은 가상화폐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가 대표적이다.

양사는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암호화폐로 결제, 결제금액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돌려주는 등의 유관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비자, 마스터카드가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투자와 제휴를 확대하는 건 가상화폐 결제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어서다. 실제로 비자카드가 올 상반기 암호화폐 관련 결제액을 첫 집계한 결과 6개월 만에 1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히면서, 시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해외 대형 카드사들이 암호화폐 결제에서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정체된 상태다. 지난 2018년 카드업계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의 회의 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카드결제를 중지하고 카드포인트 가상화폐 전환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외국환거래법, 자금세탁방지법 등을 위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도 관련 서비스나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8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보지 않는다는 기존 금융위의 입장을 고수해서다. 지난달부터 국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금융위와 기재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다수의 부처와 연관된 특성상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신용카드학회 서지용 학회장은 “해외의 결제금융사들이 암호화폐서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사실상 원천 차단된 상황”이라며 “수요는 있지만 근거 규정이나 법이 없다 보니 걸음마 단계에 멈춰있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의 코인관련 사업은 불법도 아니고 합법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라며 “코인과 관련된 사업을 하기에는 눈치가 보여 분위기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