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활용한 자산이전 실태점검 나서
법인 돈으로 CEO가 혜택보는 구조에
고액계약 수두룩…사후처리 쏠리는 눈

O사의 ‘회장님 보험’에서 비롯된 보험사의 절세상품이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일명 ‘CEO 플랜’으로 불리는 법인 대상 보험상품에 대해 국세청이 전수조사하고 나섰다.

CEO플랜이란 법인이 가입하는 보험을 통한 대표이사 등의 절세 방식을 뜻한다. 통상 법인은 종신·정기보험을 가입하고 대표의 유고 시 상속 등 세납입이나 퇴직금 재원 등으로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탈세 의혹이 불거지기도 한다.


탈 많은 CEO플랜 예의주시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 감사관실은 이달 초부터 지난주까지 일선 세무서를 통해 ‘보험 등을 활용한 자산이전 실태점검’을 진행했다.

법인의 보험가입을 통한 세금 회피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기획 감사로 알려졌다. 법인이 가입한 보험이지만 추후 회사대표 등으로 보험금(환급금) 수령자를 바꾸는 ‘수익자변경’을 진행한 법인을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수익자변경이 이뤄진 개별법인에 대해 적절한 납세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자진 신고하라는 수준에서 계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관련 데이터가 모이면 분석 후 공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통상 CEO플랜은 보험료 납입의 주체(보험계약자)와 수익자는 법인이고, 피보험자(보험금을 받는 자)는 대표이사 등 임원이다. 추후 보험계약자의 고유 권한인 수익자 변경 기능을 활용하면 CEO나 그의 가족 등으로 보험금(환급금) 수령자를 바꿀 수 있다.

쉽게 말해 회사 돈으로 가입한 보험상품의 혜택을 CEO 등이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납입 기간 동안 내는 보험료는 손금(경비)처리가 된다. 회사가 법인세를 아낄 수 있는 방안으로 CEO플랜이 사용되는 이유다.


법인·CEO 탈세 파악 어려워 


문제는 보험료 납입기간이 끝난 뒤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 주로 발생한다. 수익자변경을 통해 CEO에게 퇴직금 등의 형태로 해지환급금을 지급하면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그간의 손금처리를 해결해야 한다. 

법인이 내온 보험료 전체를 CEO가 되돌려주고, 법인은 내지 않았던 법인세를 한 번에 납부하는 방법이다. 즉 법인세 혜택을 무효처리 하는 거다. 이 경우 CEO는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보험증서라는 현물을 ‘퇴직금’ 형태로 지급한다. 이때 퇴직임원은 퇴직소득세를 내고 보험금(환급금)을 수령한다. 이는 근로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으로 계산된다. 근로소득보다 세율이 낮은 퇴직소득이 되면 최대 90%의 절세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세무당국은 법인 혹은 개인 가운데 하나에게 보험금(환급금) 수령에 따른 적정 세금을 징수하면 된다. 하지만 현행 세법에서는 퇴직 시점에 CEO 등에게 지급하는 보험증서가 어떤 요건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지난 2011년 기획재정부는 법인이 가입한 보험의 수익자변경을 통해 발생하는 자금을 퇴직소득으로 인정하는 유권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후 보험업계는 CEO플랜을 절세상품으로 적극 판매해왔다.

그러나 개별 법인이 퇴직소득세를 내는지 여부를 일선 세무서에서 모두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관련업계 중론이다. 이렇다보니 회사는 법인세 절감을 받고, CEO 등은 보험금(환급금)을 세금 한 푼 안내고 수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 민원 나오나…사후처리 두고 긴장


CEO플랜에 활용되는 종신·정기보험은 사실상 생명보험사의 고유 상품이다. 월납보험료 규모도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다보니 삼성·한화·교보 등 대형 생보사들은 전담인력을 갖추고, 판매에 주력한다.

설계사들도 한 번 판매하면 고액의 판매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다. 예를 들어 S생명의 VIP 전용 종신보험에 월납 100만원의 보험료를 20년간 납입한다는 조건으로 가입했다면, 설계사가 3년동안 가져가는 수수료는 1800여만원에 이른다. 월 보험료의 18~19배를 벌 수 있는 셈.

세무당국이 개별 법인이 가입한 CEO플랜에 낱낱이 법인세 추징에 돌입한다면 대규모 민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이제껏 명확하지 않았던 세법 규정을 변경할 경우 ‘절세플랜’이라며 판매했던 상품이 단순 사망보험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절세플랜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통상 CEO플랜에 사용되는 종신·정기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나 유지기간이 길다. 10~20년전 들었던 절세방식이 문서나 녹취로 남아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자세한 설명이나 문서는 오히려 판매자나 보험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절세와 탈세 사이의 경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로 밝혀질 경우도 문제”라며 “판매한 설계사에게 보험사는 수수료 환수에 돌입할 텐데 워낙 고액이라 뱉어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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