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장 / 교육학 박사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개척자     

초고령사회 진입을 3년 앞둔 대한민국에서 2022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1958년 개띠를 중심으로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 하는데 그 마지막인 주자인 1963년생이 60세가 되는 해이기도 하고, 58년 개띠 생들이 65세(한국나이 기준)가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60세는 주된 일자리에서 대부분이 퇴직하는 시기로, 정년퇴직의 기준이 되기도 하며 65세는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경로우대 대상자가 되는 시기로 통상 노인으로 분류되는 나이다.

물론 주관적 연령이라는 것도 있고,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건강과 젊음의 기준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75세 노인론이 대두하고 있기도 하나 UN이 정한 기준에 따라 65세 이상 비율이 전체 인구 중의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으니 65세는 국가의 노령화를 가늠하는 척도임에는 분명하다. 

이렇게 대한민국 사회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2022년을 기점으로 대거 60세에 진입함에 따라 3년 뒤인 2025년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실에서 노인복지 수요에 대한 사회적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이라는 국가적 측면에서의 우려 외에 실질적인 노인의 삶, 신중년에 이은 신노년의 삶에 대한 바로미터가 절실해졌다. 

지금까지 노년기를 보내는 방법은 철저하게 개인의 영역이었다는 점이다. 인생은 어차피 각개전투이지만 생각해보자. 우리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진로라는 것을 계획할 때는 수많은 표본들과 참고서적, 선배들의 조언, 선생님, 부모님 등 조력자가 있었다. 생애발달주기에 따른 과업대로 경제활동주체로서 역할은 단순하다면 단순하다. 그 안에서의 진로결정에 대한 처절한 고통과 고민의 시간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60세를 전후로 주된 일자리에 퇴직하고 나니 새롭게 뭔가를 다시 시작해야할 것 같은데, 인생후반기부터는 교본도 가이드북도 없다. 마치 각자 살아온 인생에 대한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이라는 소리로 들린다.

사실 지금까지 노후준비는 개인의 몫이었다. 그래서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이니 개인의 자신을 축적하는 것이 가장 큰 노후준비이자 노후보장이었다. 그러나 수명의 연장, 급변하는 사회현상, 청년세대의 실업, 부양해야하는 부모세대의 증가, 빈부격차, 코로나19가 가져온 디지털 디바이드 등 개인이 노후를 준비하기엔 너무나 벅찬 현실이 도래하였다. 여러 의미의 사회보장 채널이 필요하고 절실해졌다. 

대한민국의 베이비부머가 대거 은퇴를 하고 새로운 노년기를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일종의 개척자다. 우리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첫 주자,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조금이라도 먼저 시작한 개척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발주자들에게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다양한, 그러나 공통된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주변을 돌아보자. 분명 개척자로서의 삶을 도와주는 여러 정책, 사회적 장치, 친구, 선배가 있을 것이다. 일단 그것부터 시작해보자. 혼자가 아니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노후준비 영역은 재무적 노후준비와 비재무적 노후준비로 구분할 수 있다. 재무적 노후준비는 소득활동, 연금,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이라 할 수 있고, 비재무적 노후준비는 사회적 관계, 건강, 사회참여활동으로 대표된다. 은퇴를 하고 나이가 들수록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느냐는 돈이 얼마나 있느냐와 마찬가지,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노후준비는 상용직, 임시직·일용직 임금근로자, 자영업자, 대기업 및 중소기업 근로자, 소상공인, 프리랜서 등 근로형태에 따라 다 다르다. 삶의 궤적이 다르므로 노후준비 양상도 다 다를 수밖에 없고 기대치도 다른 것이 당연한데 시중에 나와 있는 노후준비 관련 서적들은 대부분은 경제적 지표를 강조하고 불안감을 조성한다.

자산을 분석하고 나에게 맞는 재무적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면서 의미 있게 인생후반기를 살 것인가’에 대한 준비를 알려주는 서적은 별로 없다. 

국민연금공단 국민노후보장 패널의 2870명의 표본을 분석한 『중장년층 근로형태별 노후준비와 정책제언(2022)』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 중장년층의 재무적 노후준비지수는 53.6점으로, 전국 50.1점 대비 양호한 편으로 나타났다. 비재무적 노후준비는 57.7점으로 전국의 59.2점에 비해 다소 미흡했다. 

전국 중장년층의 은퇴시점 노후준비자금 추정액은 평균 3억7400만원으로, 노후 총 필요자금 4억300만원보다 적었다. 그러나 서울시 중장년층의 은퇴시점 노후준비자금 추정액은 평균 6억5100만원으로, 노후 총 필요자금 4억28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많았다. 반면 서울시 중장년의 비재무적 노후준비지수는 ‘사회참여활동’영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국에 비해 낮았다. 건강과 사회적 관계 부분에 대해선 서울이 오히려 취약하다는 반증이다. 

근로 형태에 따라서도 노후 준비 현황이 다르게 나타났는데 재무적 노후준비도는 소상공인이 가장 높았고, 비재무적 노후 준비는 상용직 임금근로자가 가장 양호했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재무적 노후준비도가 가장 높았다. 이들 직업군은 노후에 필요한 자금(3억4000만원대)이 평균 필요자금(4억2800만원) 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 결과를 단순하게 접근하면 서울에서의 생활비가 비싸니까 당연히 은퇴 후 경비도 더 필요할 것이고, 대도시 생활로 바쁘니까 건강을 돌보기 어렵고 어려움을 나누는 이웃도 부족한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상용직 임금근로자에 비해 노후에 필요한 자금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상용직 임금근로자는 평균을 웃도는 자금 준비가 돼있음에도 주관적 노후준비도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통상 우리가 은퇴 후 얼마만큼의 경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의견에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주된 일자리를 퇴직한 이후에는 자산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재무적 노후준비는 중장년 이후, 혹은 은퇴 후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는 오히려 퇴직이라는 개념이 없이 계속 경제활동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주관적 노후준비도가 상용직 임금근로자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금융권 종사자들의 경우 대표적인 상용직 임금근로자다. 이러한 사무직 퇴직자의 경우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는 우리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앞선 연구결과들의 지향점은 하나다. 은퇴 후의 라이프스타일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에서 살기 위해선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울에서의 삶을 고집하는 게 정답일까. 서울은 대도시니까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관계 맺음이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그냥 그대로 지금과 같이 있어야하는 게 맞는 것일까. 

은퇴 후 인생후반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생성한 자산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큰돈을 벌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공과금을 지불할 수 있거나, 적게라도 용돈벌이 등 지출의 일부를 어디서 충당할 수 있게 만드는 전략이다. 혹자는 ‘N잡러’야말로 퇴직 후 인생을 설계하는 중요한 목표라 말한다.

주된 일자리 퇴직 후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추상적인 담론은 잠시 멈추고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조금이나 수입과 연계를 할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환경을 어디서 어떻게 가꾸면서 살 것인지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필요하다. 노후준비는 경제적인 부분만 대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깊게 생각해야한다. 

은퇴 후의 목표는 단기적으로 달성 가능해야 지속력이 있다. 목표 달성에 대한 동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한다. 그래서 나이 들어서는 잘하는 일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하라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지금이라도 퇴직 후 좋아하는 일을 실현시키기 위한 3개년 계획을 세워보자. 

아직 은퇴하지 마라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퇴직을 준비 중이거나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한 세대가 잘 적응하고 변화를 따라가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은퇴 후 인생2막을 설계할 때 던지는 질문 중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70대, 80대가 됐을 때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은퇴 후 삶에 대한 설계라 할 수 있다.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하는 5060세대는 상대적으로 젊고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열정도 충분한 나이다. 동력이 남아있을 때 무엇인가 설계하지 않는다면 70대 80대를 대비할 수가 없다. 

내가 만난 60세 이상의 사람들 가운데 가장 건강하고 시간을 활용하고 활기찬 사람들은 여전히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60세 이후의 일이 40대, 50대에 하던 일과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그런 차원에서 비록 반강제이긴 하지만 디지털 세계로의 전환은 위기이면서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은퇴 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생성하고 더 나아가 협동조합 등의 단체를 만들거나 각자가 경력을 활용해 프리랜서 등으로 ‘N잡러’의 삶을 준비할 때 노동 플랫폼의 활성화라는 새로운 고용시장의 확대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다양한 일의 종류와 형태를 기대할 수 있다. 

꼭  취업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질 뿐 아니라 창의력만 있다면 일을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용이해지는 세상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와 가치를 공유하거나, 합작·공조하는 현상은 그간 하고 싶지만 역량이 부족해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다양한 협업을 통해 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조건은 젊은 층보다 오히려 5060세대에게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지속가능한 일과 활동의 근간에는 ‘디지털 역량’이 필수라는 걸 잊지말아야한다. 

은퇴를 최대한 늦추려면 퇴직 전부터 자신을 진단하고 현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은퇴 후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에 적극 임해야 한다. 외국어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시장성 등을 배우고, 여러 공청회 등에 참여하고,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를 찾기 위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 같은 노후준비지원 기관의 문을 두드려보면서 한발자국 나아가보길 권한다. 협동조합 형태는 50+세대의 리스킬링을 위한 좋은 장치인 만큼 지원 제도를 눈여겨보고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한 학습도 시작해보자. 

은퇴 후 인생후반기의 그림을 그릴 때, 주변을 둘러보길 바란다.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사는 동네, 지역사회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아주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는 것들을 찾자. 절대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어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고 대비할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쌓아온 경험이 계속 쓸모가 있으려면 배우고 익히고 움직여야 한다. 

나이 오십이 되어보니 가장 어려운 것이 다양한 사람 속에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말랑말랑한 사고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퇴직을 하고 새로운 조직, 새로운 사회와 관계 맺음을 하려면 무엇보다 말랑말랑한 사고와 태도가 절실할 것 같다. 이 대전환의 시대 속에서 나 개인의 노후준비가 아니라 노년기를 잘 보내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선배시민으로서 ‘인생 후반기의 역사’의 궤적을 남기는 개척자의 역할을 기꺼이 해주시길 바란다. 

 


<참고문헌>
중장년층 근로형태별 노후준비와 정책제언. (2022).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통계분석. (2020).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울시50+세대 실태조사: 직업이력 및 경제활동. (2019)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 사례를 통해 본 ‘생애전환지원사업’의 성과 및 포스트코로나 이후의 과제.(2020, 황윤주). 「2020년 제1회 생애전환지원포럼」자료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위기를 기회로 바꿀 50+세대 대응전략(2020, 황윤주). 「50+일자리 특별포럼」 자료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 변화. (2021). 「코로나19 이후 고용위기 대응과 정책과제」 세미나 자료집. 한국고용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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