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자고이래로 전해오는 인생 3대 비극이 있다. 첫째는 초년등과(初年登科)다. 젊은 나이에 너무 빠른 출세가 약이 아닌 독이 되는 경우다. 초반의 성공 입지를 잃고 나면 다음 할 일이 없다. 남은 인생 살기가 버겁다. 새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마땅찮다. 옛날보다 낮은 자리로 가기가 어렵다. 아무 일이나 하자니 창피스럽고 돈벌이도 시원찮다. 이런 일이 정치권이나 연예계에선 다반사다.

두 번째는 중년상처(中年喪妻)다. 청년과 노년 사이의 한참 나이, 이른바 마흔 살 안팎의 나이에 배우자를 앞서 보내는 경우다. 상처(喪妻)가 곧 상처(傷處)가 된다. 졸지에 홀아비 신세가 된 암담한 처지란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 엄마를 잃은 어린 자녀들에 가해지는 충격 또한 크다. 무슨 말로도 위로가 힘들다. 

세 번째는 노년무전(老年無錢)이다. 돈 없는 노후만큼 비참한 게 없다. 무병장수도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의미가 있다. 늙을수록 필요한 게 돈이다. 먹고살 정도는 있어야 남에게 궁한 소리, 자식에게 아쉬운 소리를 안 하고 살 수 있다. 주변과의 관계도 그렇다. 몇 번 얻어먹다 한 번은 살 수 있어야 최소의 품위를 지키고 노추(老醜)를 면할 수 있다. 

그렇다면 3대 비극 중 어느 게 가장 힘들까. 단연 노년무전이다. 초년등과는 어찌 보면 축복이고 행운일 수 있다. 설사 실패를 해도 초반 성공이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중년상처 또한 마찬가지다. 상배(喪配) 해도 재혼이나 홀로서기를 통해 얼마든지 새 삶을 개척할 수 있다. 노년무전은 다르다. 현실적으로 만회가 어렵다. 재기할 기회 자체가 적고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 

가장 비참한 건 만회가 힘든 노년무전

노년의 고단함을 한탄만 할 순 없다. 그나마 가진 거라도 불려가며 아껴 쓰는 수밖에 없다. 시니어를 배려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지는 않다. 금융 거래 시에도 노인 우대 제도가 마련돼 있다. 잘만 활용하면 쏠쏠한 ‘금융꿀팁’이 적지 않다. 우선 예·적금은 비과세 저축을 활용하는 게 좋다. 65세 이상은 원금 기준 5천만 원까지 15.4% 세금을 안 내고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생활비가 모자라면 주택연금 활용도 고려할만하다. '역모기지론'이라 불리는 주택연금이 주는 이점이 많다. 집을 담보로 맡기고 자기 집에 살면서 매달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집을 소유하면서 평생 또는 일정 기간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다. 힘들게 살다 자식들에 재산을 물려줘 봤자 싸움만 생기고 정부 좋은 일만 시킨다.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 상속재산의 절반은 정부 몫이다. 

대출 거래 때도 알아두면 유리한 게 있다. 대출은 돈을 쓴 만큼 이자를 물어야 해 대출받기 전에 금액과 기간, 원리금 상환액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꼭 필요한 자금과 기간만큼만 대출을 받는 게 이자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금리인하요구권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출 기간 중 직위, 연 소득, 신용점수 등 신용점수 상향 사유가 발생하면 금융회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면 된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에서도 가능하다. 

보험 가입에도 시니어 혜택이 있다.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면 자동차 보험료를 5% 할인받을 수 있다. 노후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가 싸다. 50~75세(또는 80세)인 고령층이 대상이며 고액의료비 보장을 중심으로 보장금액 한도가 입원 및 통원 구분 없이 연간 1억 원까지 확대됐다. 자기부담금 비율을 높여 보험료가 일반 실손의료보험 대비 50~90% 수준으로 저렴하다.

시니어 위한 ‘꿀팁’ 많지만…그나마도 잘 모른다

고령자는 저축성보험을 10년 미만 보유해도 비과세 혜택이 있다. 65세 이상이 납입 보험료 총액 5000만원 이내에서 저축성보험에 가입하면 보험 유지 기간이 10년 미만이더라도 비과세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보험은 10년 이상 나눠 받아야 세금이 경감된다. 연금저축보험 가입 후 연금을 수령할 때는 10년 이상 세법상 연금수령 한도 이내의 금액으로 받아야 저율의 연금소득세(5.5%)가 부과돼 연금을 10년 이상에 걸쳐 분할 수령하는 게 좋다.

보험료 감액 제도 활용도 가능하다. 보험계약자가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보험료 내기가 버거우면 보험회사에 감액신청을 할 수 있다. 감액된 부분의 보험계약을 해지처리 하고 해지로 인해 발생한 환급금을 계약자에게 지급한다. 보험료 납부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면 감액완납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 경우 감액에 따라 해지된 부분으로부터 발생한 해지 환급금이 보험료를 내는 데 사용돼 추가로 보험료를 낼 필요가 없다. 대신 보장범위는 줄어든다. 

권리에는 의무가 뒤따른다. 우대 혜택을 받으려면 신용관리가 필요하다. 평소 자기신용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액이라도 연체하면 안 된다.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쓰고, 연체는 오래된 것부터 정리하는 게 좋다. 빚보증은 피해야 한다. 신용평가 가점제 활용도 요긴하다. 건강보험료, 통신·공공요금 등을 성실하게 납부하면 신용정보회사의 신용평가 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그래봤자 노후 생활에 별 도움이 안 된다. 금융회사가 마지못해 겨우 시늉만 내는 정도다. 하지만 그나마도 알지 못해 우대를 받지 못하는 노령층이 허다하다. 시니어에 대한 지원은 더욱 늘리고 혜택은 널리 알려야 한다. 예금금리는 올리고 대출이자는 낮춰야 한다. 보험료는 내리고 보상은 늘려야 한다. 수수료는 면제하고 금융교육은 강화해야 한다. 대한민국 시니어는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젊은 시절 금융회사에 요모조모로 이바지한 게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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