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비공개 품평회 거쳐 국가 무형문화재 선정
10대째 이어져 온 경주 최씨 집안 전통의 가양주

▲ 경주 최씨의 가양주 ‘교동법주’는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다. 지금도 경주 교동의 고택에선 교동법주가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올 6월초 고택에서 교동법주 공개시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경 보유자다. 사진 중앙에 도자기병에 들어 있는 경주교동법주를 확인할 수 있다.
▲ 경주 최씨의 가양주 ‘교동법주’는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다. 지금도 경주 교동의 고택에선 교동법주가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올 6월초 고택에서 교동법주 공개시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경 보유자다. 사진 중앙에 도자기병에 들어 있는 경주교동법주를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06월 24일 13: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주교동법주는 조선시대 궁궐에서 빚던 술이 궁궐 담을 벗어나 경주 최씨의 가양주로 10대째 내려온 술이다. 궁중의 술을 사가로 가져온 사람은 조선 숙종 때 사옹원에서 참봉을 했던 최국선이라는 인물이다. 최국선은 현재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제86-3호)인 경주교동법주 최경 보유자의 10대조이다. 이러한 역사만 봐도 경주교동법주는 300년 이상 집안의 가양주로 ‘봉제사접빈객’, 즉 제사의 제주로 그리고 손님의 주안상의 술로 집안을 대표하던 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86년의 일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술이 없었기 때문에 전국의 가양주를 대상으로 민속주를 선발하게 된다.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를 선정했던 당시 상황을 최경 보유자에게 직접 들었다. 장소는 경주 교동법주 제조장이었다. 교동법주는 매년 한 차례 양조 체험행사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올해는 6월 초에 행사가 있었다. 

최경 보유자는 부친상을 마치고 일년상까지 치른 1983년의 일을 다음처럼 회상했다. 전국의 46종의 술, 64명의 기능자가 보내온 민속주를 대상으로 1983년부터 3년간 1년에 두어 차례씩 비공개 품평회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1986년 11월 3종의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와 10종의 지자체 지정 문화재를 선정했다는 것. 이때 3년에 걸쳐 품평회가 진행된 것은 술맛의 일관성 등을 살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교동법주는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가 되었지만 바로 술을 양조할 수는 없었다. 법률에 따라 쌀로 술을 빚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88올림픽이 끝나고 정부는 민속주에 대한 판매허가 작업에 들어가는데, 교동법주도 이때 허가를 취득하고 1991년부터 생산에 나서게 된다. 

경주교동법주는 이양주다. 밑술과 덧술을 하는데 발효 숙성에 들어가는 기간은 100일이다. 즉 좋은 청주를 얻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교동법주도 사용한다.

▲ 최경 보유자와 전수자(아내와 조카)들이 함께 교동법주의 덧술을 시연하고 있다. 교동법주는 찹쌀죽으로 밑술을, 찹쌀 고두밥으로 덧술을 하는 이양주이며 100일 동안 발효숙성을 하는 고급술이다.
▲ 최경 보유자와 전수자(아내와 조카)들이 함께 교동법주의 덧술을 시연하고 있다. 교동법주는 찹쌀죽으로 밑술을, 찹쌀 고두밥으로 덧술을 하는 이양주이며 100일 동안 발효숙성을 하는 고급술이다.

하지만 다른 술과 구별되는 차이점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우선 누룩을 디딜 때 멥쌀가루를 넣는다는 점이다. 보통은 통밀을 거칠게 파쇄해 물을 넣고 성형하지만, 교동법주의 누룩은 멥쌀가루를 넣어 좀 더 되직하게 성형한다는 것. 이렇게 해서 누룩을 빚으면 유익한 곰팡이를 더 불러들일 수 있다고 한다. 교동법주의 누룩은 남쪽 누룩답게 두께 3cm 정도의 둥근 모양으로 빚는 누룩이었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밑술과 덧술 모두 찹쌀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보통은 밑술에서 멥쌀, 덧술에서 찹쌀을 사용한다. 하지만 교동법주는 밑술에서 찹쌀죽, 그리고 덧술에서는 찹쌀 고두밥을 넣는다. 교동법주의 밑술은 보통 섭씨 30도 이하에서 2~3일이면 발효가 완료되고, 덧술도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발효가 끝나도 1달 정도는 더 숙성하고, 다시 채주를 한 뒤 2달을 저온에서 숙성시켜 더 맑은 술을 얻는다고 한다.

이렇게 빚는 경주교동법주는 1년에 3만5,000ℓ 정도를 생산한다. 보유자와 전수자 등 4~5명이 빚는 양치고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양조장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한다. 경주라는 특성 때문에 양조장 신축이 어려운 점도 있고, 교동의 정체성을 담고 있기에 지역을 벗어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경 보유자는 돈에 집착하지 않고, 있는 시설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문화재로써의 교동법주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뷰 끝에 최경 보유자는 다음의 말을 남겼다. “우리 술도 서양처럼 이어져 왔다면, 세계에 수출하는 좋은 술들을 많이 보유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한다. 그래서 첨가제의 도움이나 살균하지 않고도 장기간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꼭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세계적인 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자를 잠시 나와보라며 냉장고에서 수년 동안 숙성시킨 술을 보여준다. 

이날 인터뷰에서 보여준 최경 보유자의 말과 행동은 우리 전통주를 지키는 무형문화재 이상의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는 우리 술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를 간절히 희구하는 열정적인 장인의 모습이 더 많았다고 말하고 싶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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