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주도 자율협약식 예정됐지만
보험 자회사 열 중 아홉 ‘불참’ 통보

보험사의 자회사 보험대리점(GA)들이 대거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과열 리쿠르팅 방지’를 외친 GA협회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GA협회는 이날 예정돼 있던 GA간 리크루팅 방지 자율협약식을 잠정 연기했다.

자율협약은 고액의 정착지원금을 제공하며 경쟁업체 지점의 설계사, 영업조직을 데려오는 스카웃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협약안에는 경력직 설계사에 대한 정착지원금을 초년도 판매수수료 상한제도(1200%룰) 내에 운영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GA협회는 “협회의 준비 미흡으로 인해 잠정 연기를 결정했다. 자율협약의 취지 등을 함께 인식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연기배경을 설명했다.

GA협회는 회원사를 불문하고 소속 설계사 수 1000명 이상의 대형 GA를 대상으로 자율협약식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자율협약 대상 대형GA는 총 41개사로, 이 가운데 10개사가 자회사GA로 구성돼 있다.

자회사GA 중 참여의사를 밝힌 곳은 신한라이프의 자회사GA인 신한금융플러스 한 곳 뿐이다. 자회사GA를 제외하고도 6개사 내외가 자율협약에 불참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간 자회사GA의 참여는 자율협약 성패의 가늠좌로 여겨졌다.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자회사GA가 높은 설계사 정착지원금을 제시하며 설계사, 조직 등을 빼 가면 막을 방도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최근 자회사GA 출범을 앞둔 AIA생명은 경력직 설계사 이직 시 전년도 실적의 약 100% 수준의 정착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해진다. 통상 GA업계에서 설계사 이직 시 정착지원금은 30~5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자회사GA의 참여가 저조하자 협회 회원사들간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자회사GA의 참여가 없을 시 자율협약을 진행하면 안 된다는 의견과 자율협약을 우선 체결한 뒤 자회사GA를 참여시키자는 의견 등 분분했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지키라고 한 규제들이 이미 있는데 자율협약이라는 것으로 우리가 우리 발목을 굳이 묶어야 하나는 얘기도 나온다”며 “최근 AIA생명 사례를 보고 자율협약이 꼭 필요하다고 말들은 해도 막상 참여 여부를 조사하니 안 하겠다고 한 GA들이 나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율협약식은 김용태 협회장 취임 후 주도하는 첫 사업이다. 앞서 김 협회장은 지난달 7일 열린 취임식에서 GA협회가 자율규제 기관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 모집질서 자율규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앞으로도 자율협약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5년에도 중대형 GA가 참여해 모집질서 개선을 위한 자율협약을 시행했지만 몇몇 GA가 이탈하면서 유야무야가 됐다.

GA협회 관계자는 “GA간 자율적으로 참여를 해야 하는 상황임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동참을 이끌기 위해 자율협약의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수교 기자 hongsalami@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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