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시행 코앞인데…지속되는 잡음
업권간 시스템 연결방식 두고 ‘신경전’

(이미지=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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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일 16:5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이 반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보험사와 플랫폼 간 시스템을 연동하는 방식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는 모양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손해보험사들은 핀테크협회에 시스템 연동을 위해 ‘표준 API’ 초안을 전달했다.

이는 금융위원회와의 회의서 도출된 중재안을 수용한 조치다. 영위하는 사업이 다른 양 업권이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하려면 전산망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지난달 20일 금융위는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회사간 시스템 연동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선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저축성보험 네 가지 상품에 표준 API를 도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주요 상품에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비교‧추천 서비스를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일명 ‘네카토’라 불리는 대형 핀테크가 중재안으로 제시된 표준 API 방식에 반대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표준 API가 일률적인 정보만을 제공해 상품별 다양성과 비교 정확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보험사와 핀테크는 오는 15일까지 협의점을 찾아야 하지만,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초 보험업계는 보험사와 핀테크 사이에 중개기관을 설립 또는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개기관이 중립적으로 보험상품 데이터를 다룰 수 있어야 보험사가 플랫폼에 종속될 우려가 적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대형 핀테크는 보험사마다 개별 API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API를 통일하게 되면 오히려 정확한 비교가 어려워 유명무실한 서비스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보험업계는 대형 플랫폼이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개별 API 방식의 특성상 서비스 초기 일부 보험사 상품만 탑재될 개연이 큰데, 이 경우 채널의 주도권이 대형 플랫폼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

한 보험사 관계자는 “회사별 API 방식은 서비스 초기 플랫폼이 특정 보험사 상품을 몰아주는 식으로 주도권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며 “대형 플랫폼에선 표준 API가 다양성을 해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입맛대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까 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갈등을 인지하고 있지만 중립적인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업권과 회사가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형 핀테크에서도 표준 API 방식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당장 개별 API 개발에 투입할 비용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다.

대한금융신문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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