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본고장 ‘유로피언 비어스타’서 금·은상 받아
연중 생산하는 12종 모두 국내외 대회 석권한 맥주

▲ 강원도 속초에 있는 7년차 수제맥주 양조장 ’크래프트 루트‘의 김정현 대표와 윤수구 본부장이 자신들이 만든 맥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양조장은 연중 생산하는 맥주 12종이 모두 국내외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맥주 맛을 인정받고 있다.
▲ 강원도 속초에 있는 7년차 수제맥주 양조장 ’크래프트 루트‘의 김정현 대표와 윤수구 본부장이 자신들이 만든 맥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양조장은 연중 생산하는 맥주 12종이 모두 국내외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맥주 맛을 인정받고 있다.

만드는 술마다 상을 받는 양조장이 있다. ‘상복(賞福)’으로 돌리기엔 받은 상의 숫자가 많다. 그것도 국내 대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맥주의 본고장인 유럽 대회에서도 상을 받았다.

속초에 있는 ‘크래프트 루트’(대표 김정현)의 이야기다. 이 정도쯤 되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크래프트맥주의 수준이 ‘우물 안 개구리’는 벗어났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유럽 대회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외국인이 막걸리를 빚어 국내 대회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본고장에서 인정해주는 술맛이기에 김 대표는 유럽 대회(유로피언 비어스타)에서 금상과 은상을 받는 양조장은 자신들밖에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렇다고 유럽이나 미국에서 맥주를 배운 것도 아니다. 수제맥주가 좋아서 취미 생활로 집(또는 공방)에서 맥주 양조를 하다가 국내 교육시설(브루웍스)을 다니면서 맥주의 꿈을 키워온 사람들이 상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더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양조장에서 만드는 맥주 숫자에 또 놀라게 된다. 연중 12개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고 계절별로 2종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의 브루어리라면 놀랄만한 숫자가 아니다.

인구 10만 명도 안 되는 소도시 속초에서 14종의 맥주를 만들고 있고, 게다가 생산시설의 규모는 39톤에 달한다. 소규모면허치고는 생산량이 많은 축에 드는 규모다. 참고로 맥주의 일반면허는 120톤부터다.

▲ 설악산, 특히 울산바위 뷰가 좋은 크래프트루트는 양조장과 펍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설비가 양조장이며 우측은 펍 내부 전경이다. 특히 드라이에이징한 소고기(사진 우측 냉장고) 스테이크 안주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 설악산, 특히 울산바위 뷰가 좋은 크래프트루트는 양조장과 펍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설비가 양조장이며 우측은 펍 내부 전경이다. 특히 드라이에이징한 소고기(사진 우측 냉장고) 스테이크 안주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크래프트 루트가 맥주를 생산한 것은 지난 2017년 6월이다. 만 6년을 넘긴 양조장이다. 김정현 대표는 크래프트 루트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올해는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지키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냥 시장 상황의 변화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가장 큰 변화는 브랜드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크래프트루트는 ‘속초’라는 정체성에 충실한 맥주를 만들어왔다. 속초, 동명항, 청초호, 아바이 등 주력으로 만들던 8종의 맥주가 모두 속초와 관련한 이름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7월부터 ‘블티나’, ‘바다그램’, ‘여행그램’ 등 속초와 전혀 관계없는 이름을 상표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매출이 관광객 숫자에 연동돼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 대표는 “속초 이외의 지역에서도 유통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하고 바로 브랜드 차별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이 맥주들은 직원들이 레시피를 짜서 처음에는 계절 맥주로 판매하다가 반응이 좋아서 연중 생산으로 전환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김 대표는 부연한다. 

이렇게 탄생한 맥주 중에 ‘블티나’는 지난해 유로피언 비어스타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맥주 스타일은 ‘헤이지페일에일’이지만 홍차와 유당, 레몬으로 풍미를 더한 맥주다. 이와 함께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바다그램’과 베를리너 바이세 스타일의 ‘여행그램’을 만들어 전국 유통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맥주들의 특징은 맥주 덕후들이 좋아하는 맥주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애호가들이 찾아야 일반 소비자들도 찾는 맥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마케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물론 크래프트루트 맥주 중에 가장 많이 판매되는 맥주는 ‘속초IPA’다. 자체 펍과 속초 시내에서 유통되는 양이 많기 때문이다. 판매량 기준으로 이 맥주가 시그니처라고 말한다. 하지만 브루어리를 대표하는 자신들의 맥주는 ‘동명항 페일에일’이라고 말한다. 맛도 그렇고 들어간 정성도 그렇단다.

그 덕분에 각종 대회에서 가장 상을 많이 받은 맥주이기도 하다. 2019년 유로피언 비어스타에서 은상을 받은 맥주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맥주들만 상을 받은 것이 아니다. 연중 생산하는 12종의 맥주 모두 국내외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크래프트 루트’의 출발은 서울 익선동에 있는 펍 ‘크래프트 루’이다. 루는 다락을 의미하는 한자, 그리고 루트는 근원 또는 뿌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다.

뜻을 해석하자면 익선동은 다락이 있는 크래프트 공간이며, 속초의 양조장은 크래프트의 뿌리가 되는 브루어리 정도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수상 경력으로 본다면 이 이름에 충실한 양조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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