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와 엿기름 만들어 국산맥주 토대 만드는 곳
시에서 투자, 농민도 살리고 신규 일자리도 창출

국내에서 처음으로 맥주용 보리를 만들고 있는 군산시 이선우 주무관이 제맥기를 살펴보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맥주용 보리를 만들고 있는 군산시 이선우 주무관이 제맥기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9월까지 맥주용 맥아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15.5만t에 이른다. 4분기까지 포함하면 20만t은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곳은 올해 30t, 그리고 내년에 100t의 맥아를 만들 예정이다. 비교하기에도 민망한 수치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손으로 만드는 맥주용 맥아 시장의 현실이다. 

‘군산맥아’.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맥주용 보리를 가공하는 곳이다. 지난 2017년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시설이다.

목적은 군산 지역 보리재배 농가의 수입 증대다. 맥주용 두줄보리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협의회를 구성, 보리를 생산하면 이것을 맥주용 보리와 엿기름으로 가공하는 것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국내 유일의 맥아 생산시설을 주도한 이선우 주무관을 만나기 위해 가을 초입에 군산 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뚝심 하나로 시의원을 설득해내고 그때부터 맥주와 맥주 양조를 배워가며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어디 이뿐이랴. 전국의 맥주양조장과 다양한 협업을 펼치면서 판로도 확보해야 한다. 생산은 물론 기획과 마케팅까지 북 치고 장구 치면서 군산 보리 농가를 대변한다. 

첫 출발이 궁금했다. 대형 맥주회사들도 자체 맥아 공장을 두고 있지 않은데, 지방도시에서 맥아를 만드는 시설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주무관도 처음부터 맥주를 바라보면 덤벼든 사업은 아니라고 말한다. 

“군산 보리를 이용한 먹거리 사업을 진행 중에 수제맥주가 보였고, 그 연관산업을 찾으면서 ‘맥아’를 알게 됐다”는 그는 바로 사업으로 연결 짓기 위해 지난 2015년 사업을 수립했으나 시의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고 한다. 반대의 벽이라기보다 이해 부족의 벽이었다.

그래서 시의원들과 함께 수제맥주 공장을 시찰하고 관련 업계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어 회람하면서 2년 정도 설득했다.

그리고 30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250t 규모의 제맥시설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기계는 독일산 장비였다. 그런데 기계만 있다고 모두가 맥아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분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는 기술력에 따라 맥아의 당화력에 차이가 생긴다. 

군산맥아의 핵심 기계인 드럼형 ‘제맥기’다. 연간 250t 가량을 만들수 있으며, 독일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군산맥아의 핵심 기계인 드럼형 ‘제맥기’다. 연간 250t 가량을 만들수 있으며, 독일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 주무관은 김관배 성균관대 겸임교수를 기술고문으로 위촉하고 장비 및 관련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그리고 2017년부터 국내 맥주양조장에 군산맥아 영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당화 수율이 낮아서 처음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서서히 ‘국산 맥아’라는 이름이 알려지면서 찾는 양조자들이 생기더니 올해 들어서는 국제물가가 뛰면서 나름 가격경쟁력도 갖추게 됐다. 그 덕분인지 올해 들어 여러 업체에서 협업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이 주문은 내년 계획을 대폭 늘렸다. 올해 120t에서 내년에는 200t으로 60% 이상 늘려 잡았다. 맥아와 엿기름을 각각 절반씩 생산할 예정인데 엿기름은 식혜공장의 수요가 많아 달라는 대로 줄 수 없을 만큼 인기가 많다고 한다. 맥주용 보리인 맥아도 100t 정도는 충분히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생산계획을 수립했다.

이러한 그의 예측이 가능한 것은 개별 브루어리들이 ‘국산맥주’라는 타이틀로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국산 맥아의 구매계획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맥아에서 국내산 보리로 만들고 있는 ‘베이직 몰트’
군산맥아에서 국내산 보리로 만들고 있는 ‘베이직 몰트’

또한 K-위스키 바람이 일면서 위스키 제조사들이 늘고 있는데, 선발은 물론 후발 업체들도 ‘국산’ 브랜드를 갖기 위해 군산맥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점이다. 

한편 이 주무관은 더 많은 맥아를 공급하기 위해 베이직 몰트 외에 스폐셜티 몰트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로스팅 기계도 도입할 예정이며, 장기적인 수요 확대에 대비한 공장증설 계획도 함께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군산항에 2년전 150석 규모의 ‘군산비어포트’를 오픈한 바 있다. 현재 이 장소에는 4개의 브루어리가 들어섰으며 생산시설을 공유해 맥주를 만들고 있다.

이 시설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시설 추가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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