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 패를 보였어도
수 싸움, 여전히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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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주주분쟁 1편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관련기사: 2022년 6월 16일자 보도 [보험 몰아보기] 교보생명, 성실 납세가 부른 집안싸움>

 

지난 2018년 재무적투자자(FI)의 풋옵션 행사로 시작된 교보생명의 주주간 분쟁이다. 내년에도 공정시장가격(FMV)을 둘러싸고 장기전이 예상된다.

올해 교보생명은 시장에 일종의 적정 주당가격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 6월 자사주 매입이 그 예다. 832억원을 들여 보통주 210만주(2.04%)를 소액주주와 우리사주조합으로부터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주당가격은 3만9600원이다.

당시 교보생명은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자금회수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에서는 골드만삭스 자회사인 트라이엄프 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보유 중인 110만주를 전량 교보생명에 매도했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대표이사의 누나들인 신경애씨와 신영애씨의 주식도 각각 30만주, 25만주씩 장외거래로 취득했다. 이외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 주식을 각각 42만7977주, 1만5934주씩 매입했다. 취득단가는 모두 주당 3만9600원이다. 

실상 자금회수가 급한 건 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이다. 사실상 교보생명이 우회적으로 시장가격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주당 3만9600원은 지난 2019년 교보생명이 추진한 ‘5분의 1’ 액면분할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보생명이 제시한 주당 매입 가격을 액면분할 이전 주가로 환산하면 19만8000원이다. 즉, 어피니티가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의 주식을 사들일 당시 가격(24만5000원)보다 4만7000원 낮다.

액면분할 감안 시 주당 약 1만원 정도를 깎은 선에서 일종의 시장가를 도출한 셈이다. 어피니티가 제시한 풋옵션 행사가(40만9000원)로 보면 액면분할 감안 시 주당 4만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교보생명이 매입한 자사주의 가격은 어피니티와 주주간계약(SHA) 계약당사자인 신 회장의 의사가 아니다. 어피니티 입장에선 계약과 무관한 거래지만 이후 과정을 살펴보면 달가울 리 없다.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전환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지주전환→IPO’로 이어지는 계획에서 IPO는 어피니티가 주장하는 풋옵션 행사 가격의 정당성을 최종 확인하는 절차가 된다.

생보 업황에 유리한 지금 같은 고금리에서도 생보주는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29일 기준 주가는 6만9100원으로 여전히 공모가(11만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신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39.43%, 어피니티가 총 보유한 지분은 24.01%다. 

지주전환부터 어피니티의 반대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 분쟁은 여전히 한없다. IPO를 원하는 신 회장과 IPO를 원하지 않는 어피니티간 팽팽한 줄다리기다.

시장에서는 신 회장이 FMV를 산출한 딜로이트 안진에게 소송을 통해 시간을 벌었듯, 어피니티에겐 지주전환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관전평을 내놓는다. 앞으로도 양측에 기한 없는 싸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최근 어피니티는 대우인터로부터 교보생명을 주식을 사들였을 당시 주당 매입가(24만5000원)를 쳐달라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면분할과 상관없는 기준이다. 교보측은 당연히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후문이다.

한 보험업계 고위관계자는 “액면 분할을 했으니 매입가격의 5분의 1 가격이 정당하고, 그렇다 해도 5만원 이상은 무리라는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SHA에서는 풋옵션 행사사격은 양측이 각각 평가기관을 선정해 평가를 맡기되, 그 가격차가 10% 이상일 경우 어피니티가 제3의 기관에 맡겨 최종 가격을 구하게 된다고 알려졌다. 

어피니티가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평가한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는 40만9000원(총 2조122억원)이다. 애초에 신 회장이 36만8000원(총 1조8104억원) 이상을 제출하지 않는다면 가격결정권은 사실상 어피니티에 있던 셈이다. 

신 회장 측이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치평가 보고서 자체가 무효라고 맞섰던 이유로 풀이된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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