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이사회 물갈이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 조명

2024년 3월 5일 14: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슈퍼 주주총회 위크’가 이달 셋째주 시작된다. 은행 경영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세진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 주주 친화 정책 등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들이 쟁점으로 두드러질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2일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6일 신한금융지주, 28일 JB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정기 주총이 열린다.

이번 주총 시즌의 주요 안건으론 ‘사회이사 선임’이 꼽힌다. 코로나19 장기화 등 어려운 경영 환경에 금융지주 대부분이 근 몇 년간 사외이사 교체폭을 최소화하며 안정을 꾀하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이사회 인적 구성 변화를 압박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고 “국내 은행의 이사는 평균 7~9명으로 글로벌 주요 은행 대비 매우 적고,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중이 약 12%에 불과하는 등 젠더 다양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기존 6명이던 사외이사 수를 7명으로 늘리는 안건을 올렸다. 임기 만료로 퇴임한 송수영 사외이사 자리에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두 명의 신임 사외이사 모두 여성이다.

하나금융은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주영섭 전 관세청장과 이재술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 이재민 서울대 교수를, 신한금융은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와 송정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를 세웠다. 이 중 윤 전 부사장과 송 교수가 여성이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 측에 이사회 이사 후보 5명(정수진 사외이사 후보자는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퇴) 추천과 함께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증원 안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JB금융 이사회는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JB금융은 지난해말 금감원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시기와 맞물려 6개월 이상 의결권 있는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한 주주라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후보 주주추천 제도’를 수립한 바 있다.

이번 주총에서 금융지주들이 어떤 주주 친화 정책을 제시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KB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가 순이익 역성장을 기록, 여유가 없는 상황이나 정부가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국내 기업가치 제고를 주문하면서 외국계 투자자는 물론 기관·개인투자자들로부터 거센 요구를 받을 개연성이 커졌다.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해 9월말 기준 0.425배로 지난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평균 0.58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일단 금융지주는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들과 신뢰 관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올해 3200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기로 결정했고,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 중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하나금융도 올해 3000억원의 자사주를, 우리금융은 올해 안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935만7960주를 매입해 모두 소각할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주주친화 정책은 주총 시즌이면 으레 떠오르는 단골 이슈지만, 회장이 교체된 후 첫 주총과 총선 시기가 맞물려 있다 보니 압박이 좀 더 큰 것 같다”며 “불미스러운 여론전에 휩싸이지 않고자 사회적 분위기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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