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 세수 확보차원에서 거래세 부과

업계 … 시장규모 축소, 불안정성만 야기
 
 
정부가 세수 확보차원에서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 부과를 검토한 가운데 금융권 고위 인사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파생상품을 직접 취급하는 은행장과 은행연합회 신동규 회장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진동수 위원장까지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선물·옵션 등 장내 파생상품에 거래세 부과 △CDS, KIKO 등 장외 파생상품에 사전심의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증권거래세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에 대해 신동규 회장은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강도가 너무 높다”며 “정부가 세수 확보차원에서 이같은 방안을 추진 중이나 수요자가 외부로 나가게 되면 세수 확보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진동수 위원장도 지난 7일 “파생상품 과세가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국회에서 설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융계 인사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유는 장내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로 인해 투자자들의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거래량 및 유동성 감소, 가격변동성 증가, 시장효율성 손상, 파생상품거래의 해외 이전, 위험거래 증가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는 정부의 광범위한 경기부양책과 감세정책으로 세수부족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파생상품은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거래자료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세수확보를 위해선 매력적인 수단이다.
 
더욱이 금융위기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로 파생상품이 비난받아온 탓도 있어 투기거래 억제 차원의 명분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도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오랜 기간에 걸쳐 논의됐지만 대만이 유일하게 시행중이다.
 
그러나 대만도 최근 거래세율을 거의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인하해왔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거래세 부과가 파생상품시장의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일본 또한 지난 1987년 증권과 상품선물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초기에는 세수가 크게 증대되기도 했으나 해당거래가 세금이 없는 해외지역으로 점차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몇년 후에는 세수가 80% 이상 감소했다.
 
결국 세수 확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시장의 유동성만 축소시켰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1999년 거래세를 폐지했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개설된지 10년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거래량 비중이 전체 거래량의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인해 후유증이 얼마나 지속될 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車振炯 기자>ji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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