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한 돈 내놔라’ 억지 행패 만연

금융당국 홈페이지 민원 다수 제기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장기 연체채무를 최대 50∼70%까지 탕감해주는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한지 약 2주가 지났다. 모두가 행복하자고 만든 제도지만 성실한 대출금 상환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A카드사 고객센터에는 황당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이 지금까지 낸 카드론 이자와 원금을 모두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 고객은 “‘괜히 돈 값는다’고 나서는 바람에 행복기금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며 “앞으로 남은 금액도 갚지 않고 지금까지 낸 돈도 다시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A카드사는 해당 고객을 잘 달랬지만 이후에도 같은 종류의 전화는 끊임없이 걸려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드사를 비롯해 전 금융사에 갚은 돈을 모두 내놓으란 식의 악성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유는 하나같이 국민행복기금 대상자에서 탈락된 탓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민원이지만 실제 대출금 성실납부자 입장에서는 국민행복기금 대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금융감독원과 캠코(자산관리공사) 게시판에도 행복기금과 관련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한 국민은 “성실납부자는 소외받고 악질의 채무불이행자에게 아무런 의무와 책임도 주지 않은 채 돈을 탕감해 주겠다니 진정한 탁상행정이 따로 없다. 성실납부자를 위한 제도를 당장 마련하라”는 글을 게시했다.

실제 이같은 국민행복기금 부작용은 대출 연체율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1월말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한 달 전보다 0.18% 포인트 오른 0.99%로 나타났다.

보험사도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난 1월 0.55%를 기록하며 전년동월(0.19)대비 0.06% 포인트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0.71%로 전년동월대비 0.23% 포인트로 증가했다.

여전사 연체율도 증가추세다. 지난해 여전사 전체 연체율은 3.62%로 전년(3.00%)대비 0.62% 포인트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할부금융(2.40%)과 리스(2.73%)가 전년 말 대비 각각 0.60% 포인트, 0.91% 포인트 상승했으며 기업(5.47%) 및 가계대출(3.72%)도 각각 0.43% 포인트, 0.23% 포인트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 행복기금이 구성될 때부터 우려됐던 사안”이라며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는 이상 고객의 분노는 극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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