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해외고객 계좌정보 교환 협상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스위스 금융권이 80년간 지켜온 비밀주의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스위스 당국이 EU(유럽연합)와 새로운 세금규정을 적용키로 협상하면서 최근 5년간 해외 고객의 비밀계좌를 지키기 위한 스위스 은행권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아직 새로운 규정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지만 EU가 기존의 조세피난처와 합의한 대로 스위스 은행에 숨겨둔 유럽인들의 역외자산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EU는 27개 회원국 중 계좌정보 자동교환을 거부해 온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를 압박하는 한편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산마리노, 안도라, 모나코 등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5개 비회원국과도 조세조약 개정을 추진해왔다. 여기에 스위스 당국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며 최근 합의했다.

실제 이달 초 스위스 에벌린 비드머슈룸프 재무장관은 “국제 표준기준으로 적용되는 정보교환 시스템이 있을 경우 (스위스도) 이를 적용할 것”이며 “이 외에도 불투명한 신뢰구조를 밝히려는 노력에 대해서도 (스위스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이번 EU와 스위스 당국 간 협의로 인해 ‘검은 돈’의 집결지이던 스위스 은행들의 경영엔 빨간 불이 켜졌다.

IMD 비즈니스학교의 스테파니 가렐리 교수는 “그동안 스위스 은행은 해외 고객으로부터 2조7000억스위스프랑(약 2조8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끌어왔다”며 “이번 합의로 스위스 은행권은 최후를 맞게 된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스위스 은행들은 각자 자신들의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FT는 스위스 은행권이 고객에게 자산관리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문형 상품으로의 전환을 권유하는 등 변화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비밀계좌의 매력을 대체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높은 수수료가 따를 수밖에 없어 고객이 결국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 집단에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EU와의 분쟁해결로 스위스 금융권에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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