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리 이름 딴 경제지표

 
기존 통계의 불신도 한 몫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중국의 ‘커창지수(克强指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임 총리에 경제통인 리커창(李克强)이 선임되면서 그의 이름을 딴 커창지수도 덩달아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이 지수는 지난 2007년 리커창이 랴오닝성 당서기 시절 랴오닝성의 성장률을 보고 “조작돼 신뢰할 수 없다”며 “대신 전력 사용량, 은행대출, 철도화물 운송량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탄생했다.

◆불투명한 중국 통계 시스템
중국이 커창지수라는 새로운 지표를 경제 전망의 기준으로 삼게 된 이유는 기존 통계지표에 대한 불신 탓이 크다.

중국 관영 CCTV의 재정경제 평론가 쉬이리(許一力)는 기존 통계지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국가 통계시스템에 대해 “경제지표 산출 과정, 가중치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시대 변화에 뒤떨어지는 통계기준도 기존 지표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는 집세가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즉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경제 실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중앙정부가 여전히 GDP와 성장률로 지방정부 관료를 평가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중국에는 ‘관추수쯔, 수쯔추관(官出數字, 數字出官, 통계가 관리의 출세를 좌우한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료들의 출세길이 바로 ‘통계작성’에 달려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존 통계지표의 근본적인 원인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중국 경제정책 자체를 잘못된 길로 끌고 갈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GDP보다 신뢰받는 커창지수
지난 3월 쉬이리는 ‘커창지수가 왜 GDP보다 정확한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놨다.

기고문에서 쉬이리는 전력 사용량, 은행대출, 철도화물 운송량 지표에 각각 40%, 35%, 25%의 가중치를 부여해 단일 지수를 별도로 산출했다.

분석 결과 2008년 이래 철도화물 운송량과 GDP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 추이는 매우 비슷한 양상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커창지수가 얼마나 신뢰도 있는 지수인가를 증명한 것이었다.

또한 쉬이리 철강과 시멘트 산업 지표도 추가적인 보조지표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실물경제 수요 변화에 따라 철강,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경제 실정을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하이통(海通)증권도 지난 3월부터 커창지수를 이용해 거시경제 보고서를 작성하고 경제를 전망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하이통증권은 커창지수 산출 시 공업용 전력 사용량, 중장기 은행대출 잔액, 철도화물 운송량 지표를 사용한다.

해외에서도 커창지수를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201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커창지수를 중국의 공식 GDP통계와 비교해 보도했다. 비교 결과 커창지수는 GDP통계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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