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등 비금융 자산 투자 전년比 26% 증가

 
싱가포르·UAE·유럽 및 미주지역 영업 확대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전세계 국부펀드들의 포트폴리오가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국부펀드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중국 이머징마켓 거품이 꺼진데다, 원자재 시장 전망이 크게 어두워져 비금융자산 투자 확대에 나선 것이다.

특히 부동산 자산은 최근 국부펀드들에게 가장 각광받고 있는 투자처다. 쉽게 현금화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장기투자를 주로 하는 국부펀드에게 안정적 수익을 가져다주니 최적의 투자자산인 것.

최근 싱가포르 및 아랍에미리트의 대표 국부펀드들이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추세의 일환이다.

◆싱가포르, 유럽자산 투자 확대
국부펀드 중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바로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내 양대 국부펀드로 불리는 테마섹홀딩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의 투자가 특히 두드러진다.

지난 10월 GIC는 영국 보험회사인 로스시라이프(Rothesay Life)의 지분 28.5%와 민간 우정회사 로얄메일(Royal Mail) 지분 4%를 인수했다.

또한 GIC는 영국 런던의 대규모 복합시설인 브로드게이트(Broadgate)의 지분 50%, 영 랙스필드캐피탈(Laxfield Capital)이 발행한 상업용부동산 대출 유동화증권(1조7000억원 규모), 영 기숙사 운영회사인 유나이트(Unite)의 지분 등 부동산 부문의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테마섹홀딩스도 지난 3월 스페인 에너지기업 렙솔(Repsol)과 독일의 화학기업 에보닉(Evonik) 지분 5%를 인수한 데 이어 9월에는 영 로이드 금융그룹의 지분 1%를 인수했다.

이어 투자물건 발굴을 위해 내년에는 런던에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GIC와 테마섹홀딩스의 유럽자산 투자 확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투자의 안정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이 크다.

그동안 두 국부펀드는 아시아 시장 투자에 집중했다.

GIC는 아시아 주요 기관투자가 중 아시아 이외 지역에 대한 투자규모가 최대일 만큼 역외 투자에 적극적이고 테마섹홀딩스도 투자자산의 71%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최근 유럽의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고 있으나 가격이 저평가된 유럽자산에 장기 투자함으로써 싱가포르 국부펀드들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부펀드 부동산 투자 관심 고조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는 세계 주요 국부펀드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투자공사(ADIA)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3억달러(한화 약 3200억원)를 공동투자해 타임워너 센터 매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국부펀드들의 부동산 등의 비금융자산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싱가포르와 UAE 외에도 노르웨이, 중국 등의 대표 국부펀드들도 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자산 규모가 8100억달러로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글로벌정부연금펀드(GPFG)는 앞으로 부동산에 3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현재 0.7%인 부동산 비중을 오는 2020년 까지 5%로 늘릴 계획이다.

또 세계 제3위 국부펀드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도 선진국 국채 등 안정적 투자 일변도에서 탈피해 지난해 영국 사무용 빌딩 등 부동산·인프라에 약 16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인베스코가 국부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해 취합한 결과 GIC 등 29개 국부펀드의 지난해 부동산 등 대체자산 투자는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자산에 대한 직접투자는 지난해보다 월등히 늘어났다. 영국 싱크탱크 ‘더 시티 UK(The City UK)’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국부펀드가 외부 운용사를 통하지 않고 부동산에 직접 투자한 자금은 2011년보다 36.4% 늘어난 약 100억달러에 달한다.

FT는 이같은 국부펀드의 투자 움직임 변화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나는 하나의 추세라고 진단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들의 양적완화(QE) 정책으로 선진국 국채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주식 시장은 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등 금융자산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또한 국부펀드가 관심을 보였던 에너지 투자 역시 세계경제가 부진하고 값싼 미국산 셰일가스가 개발돼 원유 등 기존 원자재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도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주식과 채권을 통해 돈을 벌어들였지만 앞으로의 금융시장 상황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부동산과 같은 대체투자는 장기 실질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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