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EBX 계열사 두 곳 파산 신청

 
코스트·원자재 영향·정책실패 결과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던 브라질이 흔들리고 있다. 고세율?고임금 등의 브라질 코스트, 원자재 가격 폭락, 경제정책 실패 등의 복합적 결과물이다.

브라질 경제의 위태로움을 경고하듯 최근 브라질 대기업 중 하나인 EBX 계열사 2개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브라질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금융은 물론 산업, 경제까지 적잖이 타격을 받았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라 불리며 한때 떠오르는 별로 주목받던 브라질. 그들은 어쩌다 위태로운 성장가도를 걷게 됐을까.

◆EBX그룹 휘청, 국가도 휘청
브라질 최대 기업인 EBX그룹. 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석유가스부문 OGX사와 조선업체 계열사인 OSX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OGX는 지난 10월 30일 채권단과의 부채조정협상(51억달러 중 일부)에 실패하면서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이어 11월 11일 OSX사(부채 23억달러)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특히 OGX의 파산보호 신청은 남미 최대 규모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시장에서는 EBX의 중심적 역할을 하던 두 계열사의 파산이 결국 브라질의 경제 부진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평했다. EBX의 성장과 브라질의 성장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실제 뉴욕타임스(NYT)는 “바티스타의 흥망은 최근 2년여 동안 원자재 호황에 힘입어 급속히 성장한 후 비틀거리는 브라질의 현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BX그룹에 대해 잠시 설명을 보태자면 1983년 브라질 기업가 바티스타(前 광산/에너지장관 아들)가 설립한 기업집단으로 석유?가스, 조선, 철광, 부동산, IT 등 13개 자회사를 보유(6개사 상장)한 대기업이다.

지난 2008년 주력기업인 OGX 상장(중남미 최대 41억4000만달러)을 통해 기업 규모가 급증, 브라질 주요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EBX그룹은 대부분의 이름이 ‘X’로 끝나기 때문에 브라질 국가 내에서는 ‘X 제국’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원자재 의존한 위험한 경영
EBX그룹의 몰락의 배경으로 기대에 못 미친 사업계획, 경영자의 무리한 차입 경영 등 회사 고유의 악재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원자재에 치우친 경영에 무게가 쏠린다.

브라질 대규모 유전개발 계획을 주도한 OGX는 당초 주요 광구에서 2020년까지 일 140만배럴(브라질 전체생산량의 70%)을 생산할 것이란 전망을 내세워 투자자금을 끌어들였으나 동 전망이 크게 어긋나면서 막대한 이자비용과 경상비용을 커버하지 못하고 재정난에 빠졌다.

이어 OGX는 올해 초 주요 광구 상당수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낸데 이어 지난 6월 일부 광구 개발 중단계획을 발표했다.

원유 생산량도 계속해서 감소해 역외 광구의 경우 OGX는 Tubarao Azul지역에서 당초 일 2만배럴(최대 8만배럴)을 추정했으나 3월 이후 1만배럴 이하로 감소한 후 8월 이후에는 생산량이 아예 없었다. 이에 따라 기업 순이익도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악화됐다.

특히 EBX그룹 내 회사들 대부분이 원자재 경기 변동에 크게 노출돼 있어 원자재 경기 호불황에 따라 이익이 급변한다. 특히 2011년부터 지속돼 온 원자재 경기악화로 인해 EBX그룹이 전반적인 실적 악화에 처한 바 있다.

◆경제부흥 요인 경제위기로
이번 EBX그룹의 몰락은 브라질 경제 단면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제 전문가들은 EBX그룹이 원자재 중심의 사업구조, 대규모 차입에 의존한 경영 등 여타 브라질 주요 기업뿐 아니라 브라질 경제성장 모델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봐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브라질 경제의 위험요소로 4가지가 지목되고 있는데 △브라질 코스트(고세율?고임금 등) △원자재 등 1차 산품에 민감한 경제 △경제정책 운영 실책 가능성 △소비자 및 기업의 과도한 부채 등이다.

특히 경제 부흥을 주도했던 브라질 소비자들이 이제는 위험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브라질 소비자들은 최근 10년간 중산층의 폭증, 명목 임금 상승, 과도한 차입 등으로 공격적인 소비를 지속하면서 경제성장의 한 축을 이끌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대출 축소, 경기 둔화 등이 이어지면서 그간의 과도한 차입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브라질 소비자들은 가구소득의 22% 내외를 차입 관련 이자로 지불하고 있다. 최근 산탄데르(Santander) 분석에 따르면 브라질 6가구 당 1가구가 과도한 차입구조(overleveraged)를 가지고 있다고 나타났다.

브라질 은행권 전체 대출 규모도 상당했다. 지난 9월 전체 대출은 2조6000억헤알(1조1000만달러)로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대출 증가율은 2011년 이후 낮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15%대 이상을 상회했다. 또한 은행권 부실대출 비율은 지난해 5월 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근 5.1%로 낮아졌으나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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