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없는 선물거래로 위기 없애

영국 등 수쿠크 채권 투자 확대

<대한금융신문>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시중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이슬람금융 자산은 1조8000억달러로 2년전의 1조3000억달러에 비해 약 39%나 증가했다.

이는 세계 금융자산의 20%정도 밖에 되지 않는 수치지만,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무슬림 인구와 매년 15~20%의 경제성장률 등의 이유로 이슬람금융은 전세계 금융자산가들의 무한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이 대규모 이슬람 채권 발행을 발표하며 이슬람금융의 성장 가능성을 또 한번 입증했다.

 
◆금융위기도 비켜간 견고한 성장
이슬람금융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세계금융 위기 당시 큰 타격을 입지 않으면서 관심도가 급상승했다.

사업·상품(돼지고기, 주류, 도박)의 투자금지와 이자가 없는 이슬람금융의 특성이 금융위기에도 끄떡없는 금융경제를 이끈 것이다.

이슬람금융은 이슬람법을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이슬람법에서 금지하는 사업·상품의 투자가 금지되며 불확실하고 투기적 성향의 거래가 금지된다.

또한 이슬람에서는 화폐의 용도가 단지 거래 수단으로 여겨질 뿐 이자의 개념이 없다. 대신 실물거래를 기반으로 수익금·배당금 등으로 이익을 창출한다.

그리고 이슬람금융에서 채무자와 채권자는 파트너의 개념으로 서로 이익과 손실을 공유하게 된다. 이는 전통금융방식에서 채무자가 지니는 위험과 부담을 보다 공평하게 나눈다는 의미다.

현재 이슬람금융에서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수쿠크(Sukuk)’다.

수쿠크는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교리에 따라 배당금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채권이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거래된다.

MIFC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08년 1048억달러 규모였던 이슬람채권(수쿠크)의 발행 잔액은 올해 28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스트앤영에서는 향후 4년 후에 수쿠크에 대한 전세계 수요가 9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때문인지 중동지역은 물론 유럽국까지 수쿠크 대거 발행을 발표하며 이슬람금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등 서방국가의 투자확대
2000년대 이후 이슬람금융시장은 연간 15%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재무부는 2014년 이슬람금융 규모가 1조3000억파운드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이슬람금융의 성장으로 틈새시장으로 여겨지던 수쿠크 시장도 높은 성장세를 누릴 것으로 예고된다.

실제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글로벌 수쿠크 발행이 2002년 33억달러에서 2012년 810억달러로 연평균 38%씩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2001년 이후 발행된 수쿠크 3710억달러 가운데 2740억달러는 아직 만기도래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급증하는 인구 수도 이슬람금융 성장원동력으로 지목되고 있다.

1970년 5억6000만명에 불과하던 이슬람 인구가 2011년에는 18억명을 돌파했으며 2020년에는 전세계 인구의 24%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이슬람 율법 샤리아와 영미법은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영미법 국가에서 이슬람금융을 도입코자 할 때 기존의 법체계에 비해 비교적 용이하다는 특징도 있다.

때문에 이슬람금융의 최대 국제허브가 된 말레이시아를 필두로 향후 영미법 국가들이 이슬람금융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 최근 영국은 비무슬림권 국가중 최초로 수쿠크채권 발행을 결정하는 등 서방권에서 이슬람금융의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10월말 런던서 열린 ‘제9차 세계 이슬람 경제포럼’에서 내년에 2억파운드 규모로 수쿠크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영국은 유무형의 관련 장벽을 철폐하고 이슬람 관습을 존중한 상품, 지수 등을 개발하면서 2006년 이후 서방권에서는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영국에는 22개의 이슬람 은행이 있으며 25개 법무법인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슬람금융학과가 개설된 경영대학원도 10여개에 이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영국은 영미법 국가인 데다 국제적 금융허브라는 기존 강점을 활용해 이슬람금융을 국가적으로도 유망한 신 수익원으로 삼아 정책적으로 강력히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며 “국내 금융업계도 조달 다원화 차원 등 이슬람금융의 적극적 활용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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