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통계 부족, 논의 시작도 못해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한방 치료에 대해서도 실손의료보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시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상품개발을 위한 요율산출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초통계 마련이 논의할 수준조차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실제 한방업계는 병원급보다는 의원급이 전체의 80%로, 사용하는 시스템도 각기 달라 통계를 집적하고 걸러내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윈회가 명확한 한방 비급여의 경우 실손보험에 포함시키도록 권고하면서 실손보험 포함여부가 재검토됐으며, 최근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요구가 이어지자 금융당국이 약침, 추나, 상급병실료 차액 등을 실손보장하는 방안 마련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정작 실질적인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한 단계다.

금융감독원 제3보험팀 원희정 팀장은 “현재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는 통계가 약간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보험요율 산출 가능 체계가 아예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개발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사 상품개발팀 관계자는 “한방업계가 비급여 부분을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해달라 요구하고 있지만 실무적으로 보험상품 개발 논의를 수행할 수 있는 기초통계 집적 정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월 몇몇 한방병원과 한의원으로부터 1차적으로 통계를 받았지만 보험의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며 “치료항목별 구분뿐 아니라 어떤 데이터는 급여와 비급여 구분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보험으로 지엽적인 통계가 아닌 국민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통계가 필요하다”며 “한방병원 몇 곳, 한의원 몇 곳을 기준으로 해서는 전혀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기초통계 마련이 되지 않은 만큼 시행까지 꽤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희정 팀장은 “현재 한방업계와 보험업계가 데이터 포맷과 데이터 교류를 진행 중에 있지만 단기간에 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요율산출을 담당하는 보험개발원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통계 자체가 적은 것도 있지만 추나, 약침 등 치료 항목별로 동일한 치료를 받았을 경우 편차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1차적으로 받은 데이터에는 항목이 기타로 묶여있거나 구분이 전혀 돼 있지 않았다”며 “한방업계에 보완을 요청해 놓은 상태지만 1차 자료를 받는데도 1년여가 걸려 추가 데이터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양방도 비급여 편차가 병원별로 심한데 한방의 편차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충분한 데이터를 보고 검토를 거쳐야 실제 적용이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방 비급여 실손보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있는 만큼 기초통계가 마련된다면 손보사들 역시 적극적으로 뛰어들려는 움직임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한방 비급여의 경우 고객들의 니즈가 있는데다 역선택이나 모럴해저드 등 부작용이 없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적정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게 만들면 개발과 적용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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