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소비자 편익향상” 보험 입점 강행

 정치권 “설계사 수익감소 우려”…표심 노려 지적도
 은행계 ‘침묵’ 비은행계 “방카룰 깨져, 농협 밀어주기”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금융업권 간 벽을 허물어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하는 복합점포 내 보험권 입점을 두고 보험업권과 금융당국을 비롯해 정치권까지 합세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의 편익 향상’과 ‘보호’가 논쟁의 중심에 놓여있지만 사실상 특정 업권의 수익확대를 놓고 벌이는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소비자는 없는’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누구를 위한’ 복합점포인가
복합점포의 보험입점 논란은 올해 초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수장으로 자리하면서 촉발됐다. 복합점포는 지난해 신제윤 전 위원장이 소비자 편익을 위한 원스톱 금융서비스 실현 차원에서 추진했지만 보험은 ‘방카슈랑스 25%룰(이하 ‘방카룰’, 한 은행에서 단일 보험사 상품 실적을 25% 이내로 제한해 특정보험사 상품의 독점판매를 제한한 규제)’이 유명무실화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보험권을 제외한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형태로 올해 초부터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농협금융지주 회장 출신인 임 위원장 취임 후 복합점포에 보험입점을 재추진하면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이 결합된 상태로 사실상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방카룰에 따라 계열사 복합점포 내에서 보험상품은 25%까지밖에 판매하지 못하지만 바로 옆 창구에 판매 제한이 없는 보험창구가 포함될 경우 ‘방카룰’은 사실상 소용이 없어진다.

더욱이 은행창구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고객이 ‘대출’을 위해 방문한다는 점에서 ‘꺾기(은행 대출을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은행계열 보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반대 입장을 강경히 밝히고 있다. 은행계 보험사가 입점할 가능성이 큰 만큼 비은행계열 보험사 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저하돼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역효과가 일어난다는 것. 때문에 은행계 보험사만 밀어주기 위한 것으로 복합점포가 비대해질 경우 업권 내 판도변화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크다. 

더욱이 현재 방카룰 규제 유예를 받고 있는 농협이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면서 임 위원장의 농협 밀어주기 논란도 제기된다. 

방카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영업에 타격을 입을 설계사들을 중심으로 복합점포 입점 반대에 대한 서명운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반대여론에도 금융위원회는 원스톱서비스를 가능하게 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추진 의사를 강력히 밝히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임 위원장은 “복합점포에 보험을 포함하는 것은 업권간 벽을 허물어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리성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며, “우려하는 방카룰에 대한 변화나 설계사 지위를 위협하는 문제 등의 부작용 없게 합리적으로 운용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무조건 될 수 있게 하겠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없는 소비자 대책 성토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과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 주최로 ‘복합점포 확대가 금융산업에 미치게 될 영향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열린 정책세미나 자리에서 금융연구원 이석호 연구위원을 제외한 대다수 참석자들이 복합점포의 보험입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복합점포로 인해 방카룰 제한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은행 및 은행계 보험사 독점권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소비자의 편의성과 선택권을 늘리는 점 역시 오히려 비은행계 보험사의 입점이 어려워 선택권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현재 대부분의 정책이 은행에 편중돼 있고 이번 보험의 복합점포 추진 역시 은행의 수익확대를 위한 것으로 금융업권별 균형적 발전이 저해되고 금융산업적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보험 입점 여부에 관심이 없는데, 소비자보호,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며 추진하는 현재의 모든 정책들에서 사실상 소비자는 배제되어 있는 것”이라며, “금융권 발전을 위해서는 허울 뿐인 소비자를 내세울게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사고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 ‘표심잡기’ 전략
방카룰 이외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40만명에 육박하는 설계사들의 대량 실직과생계위협에 대한 문제다.

국회를 비롯해 세미나 자리에서도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은 40만명에 이르는 설계사들이 그동안 보험산업을 발전시킨 원동력으로 복합점포에 보험이 포함될 시 이들의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설계사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반짝 행동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복합점포 문제에 정치권이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40만명이라는 설계사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험업계 내 반발 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미 정치권으로 공은 넘어간 상태지만 사실상 문제 해결방안은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17일 정무위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했을 뿐 대안제시나 금융위로부터 복합점포를 어떻게 시행하겠다는 것에 대한 대답은 얻지 못했다. 

정작 당사자임에도 당장 영업이 급한 설계사들은 복합점포에 큰 관심이 없다. 대리점협회에서 지난 5일까지 설계사들에게 복합점포 입점 반대서명을 받기로 했지만 충분한 수를 채우지 못해 서명기간이 계속해 미뤄지고 있다. 

GA업계 한 관계자는 “협회를 통해 서명지시가 내려와서 서명을 받고 있지만 정작 영업에 바쁜 설계사들은 관심이 없다”며, “과거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관련 서명도 절반 이상은 가짜로 작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지주 앉은뱅이식 수익창출 중지하고 장기적 생존방향 모색해야”
복합점포 문제와 관련해 학계에서는 은행중심의 수익창출 금융제도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희대 성주호 교수는 “핀테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대부분의 지점은 사라질 것”이라며 “대신 복합점포는 PB의 기능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을 것이지만 지속적으로 유지 되기 위해서는 각기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정책이 지금처럼 은행들에 수익을 앉아서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해외시장에 진출해도 경쟁력이 있을 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제반여건을 마련해 주는 쪽으로 생존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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