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판매한 고위험 보장성보험 부메랑

 
언더라이팅 강화 급부조정 등 개선노력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저금리 장기화 및 경기침체 등으로 보험사의 이익원천인 이차익(이자율차이익)과 비차익(사업비차익) 실현에 한계가 있자 위험률 관리를 통한 사차익(위험률차이익) 확보가 그 어느때보다 중시되고 있다. 실제 업계 전체적으로 사차익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외국계 및 중소 생보사들의 ‘사차손’ 위험이 여전히 높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및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보사 평균 사차율(위험보험료 대 사망보험금 비율)은 86.44%로 전년 동기(88.27%) 대비 1.83% 포인트 개선됐다.

자사 경험률 사용을 통한 보험료 조정 및 언더라이팅 강화, 위험담보에 대한 보험급부 조정 등으로 사차익 확보에 나선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생보사들은 100%를 넘어서는 사차손실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1분기 DGB생명의 사차율은 116.5%를 기록했다. 16.5%의 사차손실을 내고 있는 것.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110%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업계 평균인 86.44%와 비교하면 30% 이상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사차율은 실제 사망률과 예정사망률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험사들이 고객들에게 받은 위험보험료 대비 실제 지급된 보험금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기본적으로 100%가 넘으면 사차손실을 낸 것으로, 100% 아래면 사차이익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사차익이 너무 높으면 보험료를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너무 낮으면 제대로 된 가격책정을 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보험업계는 사차손실을 보더라도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비차익에서 이윤을 내는 기형적 구조를 유지해와 오랫동안 사차익 중심의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저금리 환경과 경기침체로 이차익과 비차익에서 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지자 보험사들이 사차이익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차익 실현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과 규모가 작은 보험사일수록 영업의 논리에 휘말릴 수밖에 없어 사차익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DGB생명 관계자는 “2008년 이전 암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많이 판매한 이후 저축성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면서 위험보험료 비중이 줄어든 데다 암진단 서비스 확대로 상대적으로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사차손실이 늘었다”며 “이에 지난 4월부터 사차이익증대 TF를 만들어 운영 중에 있으며, 언더라이팅 기준강화 및 담보별 손익증대 확보를 위한 급부 조정 및 이를 신상품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A생명(106.5%), KDB생명(104.26%), ACE생명(101.87%)의 사차율 역시 100%를 상회하며 손실을 기록 중이다.

AIA생명 관계자는 “최근 발병률이 높아 소액암으로 분류되고 있는 유방암, 생식기암 등이 과거 판매했던 암보험에서는 일반암으로 분류됐는데, 이 같이 과거 많이 판매했던 암보험의 지급보험금이 늘어 사차손실이 높게 나오고 있다”며 “최근 상품들은 상품개발 및 심사단계에서 언더라이팅 등을 통해 리스크를 헷지해 가고 있지만 기존 상품들의 경우 별도의 조치가 불가능해 사실상 단기간에 사차손실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KDB생명의 경우 2005년 판매한 무심사보험에서 고위험 계약이 많이 유입된데 따른 여파가 아직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의 본질상 사차익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맞지만 각사의 상품판매 전략 및 수익기반에 따라 사차손익이 달라진다”며 “CEO 변경 등으로 단기간에 수익확보를 위해 고위험 상품 등을 많이 판매하면 순식간에 사차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하는 회사들은 사차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중소사들의 경우 판매를 하지 않을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사실상 영업과 손실 축소 사이 딜레마에 놓여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한생명(98.56%), 흥국생명(95.93%), 농협생명(95.3%) 등의 경우 사차손실을 보고 있지는 않지만 95% 이상의 사차율을 기록해 사차익이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원치료 등 단기간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손실담보가 큰 상품을 판매하거나 TM 위주로 상품을 판매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입통원 담보로 인한 보험금 손실이 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농협생명의 경우 지난해 1분기 82.26%로 안정적인 이익률을 보이다가 1년 새 95.3%로 급등하며 사차익이 크게 줄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가운데 위험률차손 계산과 별개인 저축보험의 적립금 가운데 사망시 지급하는 보험금인 ‘사망당시보험금’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계에 포함되면서 사차손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며 “실제 내부적인 사차익은 8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부 보험사들이 기존에 사망당시보험금이 포함된 통계를 집적한데 따라 형평성 차원에서 지침을 바꾼 것이지만 사실상 실질적인 사차율을 계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이르면 올해 안에 개선을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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