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투자수요 확충 골몰에도 뚜렷한 방안 찾기 어려워

대기업 손실·구조조정에 투심 ‘꽁꽁’…회사채 양극화 심화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저금리, 시장변동성 확대, 대기업 부실화 등 시장경색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강해지면서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회사채 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투자수요를 늘리는 것이 관건인데, 강제화가 어려운 부분인데다 불안심리가 강해지면서 이미 시장의 수요등급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심리가 풀리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회사채 잔액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첫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현대,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대규모 적자를 비롯해 건설 등 기반산업을 이끌던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회사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398조900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화사채 잔액(사모 등 제외)은 지난해 말 391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회사채 발행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금융·은행채 등을 제외한 일반화사채의 경우 발행규모가 42조3253억원에서 40조91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줄었다.

   
 

특히 올해 들어 AA급 이상 등급과 A급 이하 등극의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1월에는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가 전체 발행액의 89.7%를 차지해 우량회사 중심 발행 경향이 지속됐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대기업 중심의 신용평가 시장에서 BBB급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아예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도태되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해 채권(공모)을 통한 중소기업의 직접 자금조달 규모는 1%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A급 이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이어짐에 따라 회사채 시장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일고 있지만, 외려 중소기업 회사채 발행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더 우세한 상태다.

문제는 이를 해소할 뚜렷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들의 낮은 등급의 회사채 수요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국책은행의 인수나 연기금의 투자등급 기준을 하향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국책은행의 경우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크고, 연기금은 현재도 BBB급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데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등급 기준을 상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BBB급 채권은 투자적격등급이지만 사실상 수요기반이 형성돼 있지 않아 국내에서는 투기등급과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고 있다.

단일 중소기업 등급이 아닌 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 등급 기준을 변경해 투자토록 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강제화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 전반적인 시장 흐름이 변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 중이지만 당국으로서도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규제로 막은 부분이면 풀면 되지만 이미 옵션이 다 열려 있는 상태에서 시장에서 채택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인식이 변하지 않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하이일드펀드 편입 대상을 BBB급에서 A급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는데, 당국의 개입이 외려 A급 채권의 자생력마저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수요를 키우는 것이 아닌 당국의 개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연기금, 보험 등 몇몇 큰손들이 채권시장을 이끄는 구조 하에서 이들 마저 높은 등급 수요에 편중하고 있어 당분간 양극화 해소 및 회사채시장 활성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