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우체국 업무위탁 불가
원거리 고객 위한 예외조항 변수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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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이지은 기자> 금융당국이 우체국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법적 검토 중인 가운데 업무위탁 규정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행법 해석에 따라 서비스 도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거래가 급부상하면서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의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 은행 점포 90곳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150곳이 넘는 은행 점포가 폐점 예정이다. 지난해는 300곳 이상의 은행 점포가 영업을 종료했다. 

잇단 은행 점포 폐쇄에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 접근성 및 편의성 악화 우려가 확산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우체국 창구 제휴 검토 계획을 발표했다. 은행 점포 폐쇄를 대체할 수 있도록 우체국에서 예·적금 및 대출 등 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후속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시행 중인 업무위탁 규정이 모호해 현행법 저촉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길어지자 자연스레 추진 속도가 더뎌지는 탓이다.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 제3조(업무위탁 등)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인가받은 업무를 영위함에 있어 제3자에게 업무 위탁이 가능하나, 위탁하고자 하는 업무가 금융업의 본질적 요소인 경우에는 위탁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은행권 일각에선 예·적금 및 대출 등은 금융업의 본질적 요소에 포함되므로, 현행법상 우체국이 은행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예외적으로 원거리 고객 편의 등을 위해 우체국 등 체신 관서에 위탁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현재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상황을 해당 지침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우체국 창구에서의 은행 업무 허용을 위해선 예외 규정 범위를 확대하던지 좀 더 명확히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예금과 관련된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와 창구 제휴와 관련해 지속해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업무위탁 규정을 포함해 금융소비자법 등 현행법 저촉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 외에도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앱 개발, 공동점포 방안도 함께 진행 중인만큼 면밀하게 살펴볼 내용이 많아 검토 기간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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