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곳 대형증권사서만 1조 가까이
개미 주춤하면 실적 악화 불가피

<대한금융신문=장하은 기자> 올해 상반기 금리 급등세가 이어지며 증권사들의 채권처분손실이 역대 수준을 기록했다. 반대로 채권처분이익은 전년보다 줄었는데 이같은 현상이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누적 기준 국내 29곳 증권사들의 채권처분손실(기타포괄손익 포함)은 1조5539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조3247억원)보다 15% 증가한 수치로 협회가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채권처분손실과 상계처리되는 채권처분이익(기타포괄손익 포함)은 1조360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42억원) 대비 32% 줄었다. 통상 처분이익이 손실 규모를 넘어서야 하지만 올핸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채권처분손실 규모가 급격히 불어난 건 지난해 말까지 줄곧 0%를 유지하던 국고채 금리가 연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영향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월까지 0~1%대 등락을 반복하다가 3월부터 최근까지 1%대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채권처분손실 규모는 대형사일수록 중소형 증권사들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6월 말 기준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증권사 8곳의 채권처분손실은 9673억원으로 총 1조5539억원 중 60%를 육박한다. 같은 기간 이들 증권사의 채권처분이익은 7940억원으로 1733억원이 순손실 났다. 

상반기 채권처분손실이 증권사들의 실적에 커다란 타격을 주진 않았다. 일부 증권사들을 제외한 대다수 증권사들이 상반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채권처분이익 이외에도 채권이자로 발생한 수익이 채권처분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한 가운데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브로커리지 이자이익과 투자은행(IB) 수익이 역대 수준을 기록하면서다. 

시장전문가들은 하반기엔 채권처분손실 규모가 상반기보다 더 커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채권처분이익과 이자수익으로 상계될 수준을 훨씬 넘어 결국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은 채권손실을 제외해도 어둡다는 관측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호실적의 주역이었던 주식 활황이 하반기에 꺾이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금리인상이 현실화하는 하반기에 증권사 실적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채권이 될 것”이라며 “브로커리지 이자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영향은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들의 채권손익에 대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반기 채권처분손실 규모를 채권처분이익과 채권이자, 매도증권 등과 상계해보면 손실 규모가 위험한 수준인 증권사는 아직까지는 없다”면서 “다만 하반기엔 좀 더 유심히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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