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 약세, 비판여론 ‘비등’
【金 雄 기자】현재 일본 금융당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엔 약세정책에 대해 국내·외에서 비판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초저금리와 정부 부채 증가 등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정책적 대응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경기부양 수단으로서의 환율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정부에서도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들은 엔 약세가 결과적으로 일본 장기 국채 수익률을 상승시키는 등 일본과 미국 정부 양쪽 모두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엔 약세에 불만을 품은 아시아 주변국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달러는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31.02엔까지 상승해 1998년 10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엔화가 이번달 들어 6% 이상 하락하는 등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 일본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쿠사이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미즈노 카즈오는 “엔 약세가 저지되지 않으면 결국 일본 자산으로부터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장기채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올해 들어 여섯 차례에 걸쳐 금융정책을 완화했으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325% 근처에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 3월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1.010%에 비해서는 상승한 셈이다.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안전하고 보다 나은 수익률을 위해 MMF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펀드가 도산한 미국 엔론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접해야 했다.

이에 다수의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또 일본 정부가 은행 예금에 대한 보증을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자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도 투자처를 찾아 나서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이미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갔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들은 엔화 표시 장기 채권의 수익률이 높아져 다시 투자자들이 몰리면 미국 정부가 달가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일본 국채 중 일본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비중은 6%.

고쿠사이 증권의 미즈노는 “일본 국채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미국에 좋은 소식이 못된다. 미국은 국제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4천억달러 규모의 대외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몇년간 미국의 적자는 유럽 투자자들의 미국 금융시장 투자를 통해 조달됐으나 최근 유로존에서 미국으로의 자금 이동은 감소하고 있다.

미즈노는 미국이 일본 투자자금에 더욱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일본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은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을 상승시켜 일본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엔 약세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나라는 아시아 주변국들.

엔 약세로 인해 일본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게 되면 현재 IT거품 붕괴로 일시적인 고전을 겪고 있는 아시아 주변국들의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입힐 것이며 아시아권의 소득 감소는 결국 對아시아 수출 비중이 4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 경우 일본 수출업체들이 미국 내 매출 증대로 돌아서 미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신문은 26일 “일본이 엔 하락에 책임을 지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논평했으며 우리나라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도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에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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