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융투자 이병건 애널리스트 인터뷰
성적 좋은 보험사, 가채점도 틀림없을 것
보유계약 많고 ‘생보’ 보다 ‘손보’ 택해야

내후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한 공포를 기대감으로 바꾼 심층보고서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고서의 주인공은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은행/보험산업 애널리스트인 이병건 산업분석 1팀장<사진>이다.

이 팀장은 20년 이상 금융, 특히 보험종목을 전문한 애널리스트다. 그가 IFRS17을 면밀히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은 건 보험사와 투자자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애널리스트

현행 재무제표는 보험사가 장기간 제공하는 보험서비스를 회계 상으로 전혀 표현하지 못한다. 받은 보험료는 당장 수익(매출)으로 인식하지만, 나갈 보험금(비용)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남겨둔다. 이러한 현금주의 회계는 매출을 과다 인식하는 한편, 이익은 과거 판매한 보험들로 인해 출렁이게 한다. 현재 판매한 보험계약이 얼마나 수익성을 갖는지 알 방법도 없다. 

이 팀장은 “보험사는 향후 40~50년을 예상하고 보험을 판다. 투자자는 그 예상이 반영된 회계처리를 보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라며 “수익성이 좋다는 상품을 팔았다는데 올해도, 내년도 적자가 났다면 처음부터 계산이 잘못됐거나 아직 결실을 맺기엔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IFRS17의 원칙은 보험상품을 판매할 당시의 가정대로 회계 처리하라는 것”이라며 “새롭게 체결되는 신계약과 그 수익성에 대한 가정만 수립되면 높은 확실성으로 실적 추정이 가능해진다. 이제 투자자에게 상당한 정보전달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엔 회사를 믿고 가라”


그간 IFRS17은 부채 평가 방식 변경으로 인한 보험사의 자본 감소에만 이슈가 집중돼 있었다. 보고서는 IFRS17 도입 후 보험사의 순이익이 지금보다 두 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물론 상당히 우량한 보험사로 한정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장바구니에 담아야할까. 국내에는 12개의 상장보험사가 있다. 그는 이 가운데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생명, 삼성화재, KB금융그룹 내 KB손해보험 등 5곳의 순이익이 지금보다 30~10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표현으로는 다소 ‘뻔한 종목’이다. 하지만 그는 회계기준 변경이 회사의 본질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팀장은 “주주가치 측면에서 IFRS17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계약서비스마진(CSM)이다. 손익계산서에서 수익과 영업이익은 CSM을 통해 인식되기 때문”이라며 “CSM은 장기간에 걸쳐 실현되는데 현행 회계기준보다 이익실현시기를 앞당기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IFRS17에서 CSM은 부채다. 체결된 보험계약에서 예상되는 손해율·유지율·사업비율, 체결시점의 할인율 등을 반영해 계산된다. 이후 예상 잔존계약 비율에 따라 상각돼 매출과 보험영업이익으로 인식된다. 즉, 얼마나 정확한 가정으로 CSM을 산출했느냐가 이익을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 

CSM 가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미래 지급할 보험금의 현가인 최선추정부채(BEL) 산출이다. BEL이 커질수록 CSM은 감소한다. 보험금 지급규모가 크거나 안정적이지 못하고, 사업비를 많이 쓰는 회사일수록 BEL의 크기가 CSM 상각을 통한 이익 인식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공부 잘하는 사람은 가채점을 해도 실제 점수에 상당히 부합한다. 투자자들도 CSM이 합리적인 회사, 예상과 실제의 차이가 일정한 범위 내로 관리되는 회사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기에는 CSM의 확실성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가정이 잘못 산출됐을 때 1~2년은 넘어갈 수 있겠지만 여러 리스크들이 5년 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당장 보수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파는 회사를 믿고 가야한다”라고 말했다.


“무(저)해지가 참 무섭다”


이 팀장은 생명보험사보다는 손해보험사, 특히 2위권 손보사들의 순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팀장은 “추천종목으로 꼽은 보험사들은 3~5년 정도의 소급을 통해 재무성과를 손익계산서에 충분히 반영하려 하고 있고, 회계처리 변경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IFRS17의 초기 성과는 우량 대형사일수록 멋진 모양으로 산출될 것”이라며 “지금은 투자대상을 저평가된 소형주로 확대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레쉬 스타트(Fresh Start)로 역마진이 완전히 해소된다고 가정하면 투자영업부문의 손익이 크게 개선된다. 이후부터는 역마진 손실을 메워야 하는 부담이 없어져 자기자본에 매칭된 자산의 수익이 그대로 세전이익으로 연결된다”라고 말했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는 새 회계기준의 적용 시점을 정해야 한다. 보험사마다 3~5년간의 소급이 이뤄질 전망인데, 2023년 도입되더라도 회계 적용시점은 5년 전인 2018년으로 정하는 식이다. 이때 보험사는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그간의 역마진 계약을 부채로 모두 털어내는데, 이를 ‘프레쉬 스타트’라 한다.

다만 이 팀장은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의 판매 비중이 높은 보험사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보험상품의 해지율이 CSM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다. 

그는 “CSM은 보험사의 이익실현 시점을 가까운 미래로 당긴다. 이에 계약의 관리부담이 계속 남아 리스크가 커진다”라며 “추후 해지가 예상보다 많아진다면 이익을 실현했던 만큼 자본에서 통으로 다시 손실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해지율이 무섭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판매되는 무(저)해지 상품은 해지율 가정에 취약한데, 최근 보험사의 주력상품인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라며 “IFRS17 이후 몇 년 내 CSM의 급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UFR 과도…역마진 다시 생길 수도”


대부분의 보험사는 IFRS17에서 부채에 적용할 장기목표금리(UFR)를 5.2%로 적용할 전망이다. 이는 IFRS17과 함께 도입될 감독회계기준(K-ICS, 킥스) 계량영향평가 2차에서 사용된 할인율로 60년 시점의 금리를 추정한 수치다.

이 팀장은 “UFR 5.2%는 CSM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금리가 적용되는 20년 미만까지는 괜찮겠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구간은 25년 이후”라며 “UFR 5.2%라는 건 최종적으로 40년, 50년이 지났을 때 그 금리에 근접한다는 가정이다. 누가 봐도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명보험 상품은 만기가 길다. ‘캐시 인(보험료 수입)’은 20년 안쪽이 대부분인데 ‘캐시 아웃(보험금 지출)’은 40~50년 이후”라며 “특히 주력상품인 종신보험은 캐시 아웃 플로우가 뒤에 몰려있다. UFR이 크면 캐시 인에 비해 캐시 아웃이 상당히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말하면 종신보험의 수익성이 과도하게 평가될 개연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건전성 규제인 솔벤시2의 경우 지난 2017년 이전까지 UFR은 4.2%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낮추면서 내년에 적용될 UFR은 3.45%까지 내려갔다. 우리나라는 킥스 계량영향평가 1차에서 4.5%였던 UFR이 현재 5.2%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이 팀장은 “현재도 보험사의 신규투자는 3%대 운용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2% 중후반으로 보면 안정적일 것”이라며 “전체적인 시장금리와 잠재성장률,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 적용하는 UFR은 너무 높다고 본다. 결국 얼마 지나서는 상시적인 역마진을 다시 안고 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영준 유정화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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