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은행 IPS기획부 부부장 인터뷰
공부가 부리는 마법, 경제에 대한 ‘익숙해짐’
가장 중요한 분산투자, 가장 피해야 할 영끌
코인은 화폐보단 투자 자산으로 접근해야

오건영 신한은행 IPS기획부 부부장이 경제 유튜브 콘텐츠 '또 오건영' 를 통해 금융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신한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
오건영 신한은행 IPS기획부 부부장이 경제 유튜브 콘텐츠 '또 오건영' 를 통해 금융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신한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

근로소득만으로는 노후보장이 안 되고, 여유 자산을 모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현금을 갖고만 있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 용돈을 모으는 10대부터 은퇴자금을 쏟는 60대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투자 열풍이 뜨겁다.

하지만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투자에 뛰어들었다간 나의 소중한 원금이 공중분해 되는 건 시간문제. 막연한 ‘경제’ 분야를 특유의 쉽고 친절한 설명으로 풀어낸 콘텐츠로 유튜브계에서 ‘금융 천재’, ‘갓건영’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건영 신한은행 IPS기획부 부부장을 만나 ‘경린이(경제+어린이)’들이 가지면 좋을 투자 철학과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사회과학(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한 은행원, 일류 경제 전문가로서 조금 특이한 이력입니다. 어쩌다 매크로(거시경제)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A. 지난 2000년 대학교 4학년 재학 시절, IT버블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들도 주식 투자 등에 관심을 가질 때였죠. 주변 친구들이 경제 신문 읽기 등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경제 신문을 조금씩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었다기보다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또래압력)’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던 것은 2004년부터입니다. 은행에서 펀드 판매가 시작됐는데, 글로벌 국가들의 경제 상황과 맞물린 투자 아이디어 관련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 설명이나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 등을 계속 읽다가 경제 신문을 보니 2000년도에는 깜깜하게 보던 신문 내용이 상당 수준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했죠. 마치 미국 생활을 한참 하고 돌아와서 팝송을 들으니 가사가 들리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이런 운 좋은 성취감들은 계속해서 공부를 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됐습니다. 매일 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왜 변동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반문하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외국인의 매수로 올랐고, 외국인의 매도로 하락했다가 아니라 매크로 차원에서 어떤 이슈들이 있었는지를 파고 들었죠. 그러다보면 퍼즐이 맞춰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런 배경을 갖고 자산관리 컨설턴트 업무 및 매크로 마켓 분석 담당 업무, 그리고 미국 유학을 거치면서 더 많은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저를 공부하게 만드는 동력은 운과 성취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Q. 부부장님의 ‘경린이’ 시절 경험담이 궁금합니다. 재테크 출발점에 선 초심자에게 조언해줄 노하우가 있다면.

A. 경린이 시절에는 신문이나 책이나 리포트, 그 어떤 것들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경제 신문을 읽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게 한국말인가 싶을 때가 많죠. 무엇보다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사 하나를 읽더라도 나한테 맞는 기사를 여러 차례 읽으면서 파고들어가는 게 포인트입니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책도 사람마다 맞는 책이 다르고, 기사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한테 맞는 책은 내용부터 시작해서 저자의 문투, 그리고 서술 방식, 하물며 책의 디자인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저의 마음에 드는 거겠죠. 그리고 기사 중에서도 특정 신문의 특정 컬럼의 경우는 저한테 잘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그 기사를 읽고 싶은 마음이 들고, 기다려지게 되죠. 이런 교두보라고 해야할까요. 경제에 발을 걸칠 때 나하고 맞는 무언가 점핑 보드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영어책 10권을 1번씩 읽는 것보다 1권을 10번 읽는 게 좋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영어책이라는 단어를 경제책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마음에 드는 책이나 기사를 찾고 파고들면서 꾸준히 공부하게 되면 경제에 대한 ‘익숙해짐’이라는 것이 마법처럼 따라올 때가 있습니다. 그때가 본격적으로 공부의 강도를 올리는 때라고 봅니다.

Q.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원칙은.

A. 분산투자인데요, 뒤집어 말하면 쏠림 투자에 대한 경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관성이라는 게 있죠. ‘시장이 오르면 계속 오를 것 같다’, ‘시장이 하락하면 계속 하락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분산투자 원칙이 관성에 의한 쏠림으로 무너져내리곤 합니다.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쏠림 투자를 경계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Q. 금리 인상기, 포스트 코로나 등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장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A. 현시점 하지 말아야 할 투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입니다.

시장의 대세 하락, 대세 상승과 같은 방향성을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언제든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은 높죠. 영끌처럼 부채를 많이 짊어지고 투자에 나선 경우 단기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매우 초조해집니다.

이자 지출이 상당히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특정 자산에 기대했던 미래 비전이 현실화되기 전에 그 자산에서 빠져나오게 되곤 하죠. 영끌 투자는 심리적으로 불리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하는 투자입니다.

포스트 코로나는 이례적인 경기 부양과 이례적인 경기의 붕괴 및 회복을 보여줬습니다. 이례적인 지원이었던 만큼 이런 지원 하나, 하나가 줄어들 때마다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영끌은 이런 데 취약하죠.

Q. 금융시장에서 가상화폐가 이래저래 뜨거운 감자입니다. 투기 종목이 아닌 매크로 관점 측면에서 가상화폐의 가치를 평가해본다면.

A. 투자 자산으로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대체 투자 자산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도 단기 수익 기대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기는 해도 대체 투자 자산으로서 가상 화폐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이곤 합니다. 아직은 가격 변동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그리고 투자 방법이 제한적이기에 안정적 투자자산으로 자리매김해가는 과정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다만 화폐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변동성이 이 정도로 높다면 화폐 관점에서 보면 상당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매일 매일 왔다 갔다 하는 거겠죠. 화폐 가치의 급격한 변화는 거래의 실종을 부릅니다.

내가 보유한 화폐 가치가 크게 뛸 것 같으면 이 화폐로 물건을 절대 사지 않겠죠. 반대로 이 화폐 가치가 크게 하락할 것 같으면 그 화폐를 받아주는 사람들이 그 화폐를 대가로 물건을 주지 않을 겁니다. 가격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화폐로서의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봅니다. 투자 자산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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