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올 상반기 순익 750억…19년比 65%↑
미·중 무역전쟁 후폭풍 딛고 소매금융 집중 공략

기대 보다 신통치 않은 실적에 계륵 취급받던 국내 은행들의 중국법인이 올해 들어 뚜렷한 수익성 개선세를 보이며 해외사업 부분 효자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현지 국내기업을 위주로 한 영업전략에서 탈피하고 중국 내 지역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한 ‘현지화 영업전략’에 집중한 게 통했다는 평가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중국법인에서 올 상반기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750억7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상반기 452억6000만원과 비교해 65% 상승한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114억3600만원에서 435억5900만원으로 가장 큰 폭(201%)으로 증가했으며 우리은행이 134%(61억2700만원→143억5100만원), KB국민은행이 28%(74억2200만원→95억4100만원) 순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중국법인 당기순이익이 76억2600만원으로 지난 2019년 상반기 172억2750만원에서 55% 급감했으나, 이는 코로나19 관련 거액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반영된 탓으로 지난해 상반기(41억2700만원)와 비교해선 84%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내 은행에 있어 중국 시장은 규모 자체가 워낙 크고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어 해외사업 부분 수익을 끌어낼 핵심 영역으로 주목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미·중 무역전쟁에 한국의 대중(對中) 투자 둔화 등 각종 악재로 중국 진출 우리나라 기업의 부진으로 기업금융 수익이 급감하자, 현지 내 자체 영업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중국 대기업과 제휴를 통한 현지화 전략을 타개책으로 삼았다.

지난 2019년 중국 내 제1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과 손을 잡고 모바일대출 ‘마이지에베이’를 출시, 4개월만에 고객 10만명, 1억위안의 대출을 취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최대이자 세계 2위 온라인 여행플랫폼 씨트립과 제휴해 모바일 대출 ‘지에취화’를 선보이며 비대면 개인소액대출 상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우리은행 역시 비대면 채널을 통한 상품판매 및 서비스 활성화로 현지 고객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중국 최대 민영 금융그룹인 평안그룹의 핀테크 자회사 일장통과 모바일 오토론을 출시해 2개월만에 1억위안의 실적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국내신용장 및 무역융자업무를 추진, 올해 마케팅에 주력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모기지론 활성화를 통해 안정적인 장기 성장기반 확보하고, 핀테크 기업과 제휴를 통한 비대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중국 은행들이 판매하는 금융투자상품으로 국채나 회사채, 부동산 주식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이재상품’을 출시하고 중국 화폐 업무, 글로벌 자금관리서비스(CMS) 및 스위프트 스코어(Swift Score) 서비스 제공 등 활발한 신상품 개발을 통한 현지 개인고객 입맛 맞추기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현지기업과 거래 활성화를 위해 중자영업 체계 재구축·역량강화, 상품라인업 확대 추진 등에도 나서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두고 국내은행 간 과당경쟁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중국계은행과 외국계은행 간 경쟁까지 심화되고 있다”며 “경영성과를 개선하기 위해선 중국 내 새로운 금융 블루 오션을 찾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은 각자 가진 비교우위를 고려한 현지화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최근 중국 소매금융분야에서 급성장 추세를 보이는 주택대출과 자동차대출부터 금융IT 강국이라는 이점을 활용한 고부가 서비스 제공 등 수익원 다변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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