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임채홍 수석연구원

불법주차는 차량과 보행자의 흐름을 방해해 도로의 소통능력을 떨어트리고 사고발생 위험성을 높인다. 과거 도시의 발전에 따라 증가하는 자동차 수요를 받아들이기 위해 도시내 주차면수를 늘리는 정책들을 추진했으나 늘어나는 차량 통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결국 2000년대 이후 서울시를 비롯한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주차수요 억제정책을 도입했다. 즉 이전까지 추진했던 주차장 공급 확대 정책이 한계에 달하자, 도심에 주차장 공급을 억제해 주차 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이었다. 그러나 도심 운전자의 이동 수요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보인다.

평일 출퇴근 시간에는 도심을 오가는 차량들로 오피스 빌딩의 주차장은 혼잡을 반복하고 있고 주말에는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주차를 위한 만성적인 대기행렬이 반복되기도 한다. 그렇게 지난 수십년간 자동차 증가에 따른 도시 내 주차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에 기반한 주차관련 모빌리티의 성장은 수십년간 풀리지 않았던 도시주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주차장 정보제공은 2014년 서울시에서 주차정보제공 시스템을 개시하면서 시작됐다.

'스마트 주차'라는 이름으로 주차 과정에 ICT를 접목해 주차장 정보가 공유, 연결됐으며 이는 운전자에게 편의라는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앱을 통해 주차장까지 길 안내를 받고, 실시간으로 이용 가능한 주차장을 확인할 수 있다. 제휴 주차장을 사전에 예약해 이용할 수 있다. 또 자동정산 서비스를 이용해 주차 요금을 모바일로 결제할 수도 있다.

주차 관련 기술발전은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을까. 공급자 측면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주차수요 예측을 통해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부동산으로 진화했다. 수요자 측면에선 본인이 원하는 장소와 가격의 주차장을 선택해 합당한 주차요금을 기꺼이 지불하는 소비행위로 변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시스템 측면에서 주차장 이용률을 높이게 됐고, 도로상의 불법주차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 주차단속 CCTV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5년간 서울시의 불법주정차 단속건수는 약 15% 감소했다. 특히 상업시설이 밀집한 중구와 강남구의 경우 31%, 57% 감소하는 등 도심지를 중심으로 불법주차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렇듯 주차문화의 긍정적 개선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 차량을 이용한 이동이 증가해 주차 수요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비대면 자동정산이라는 편리성 또한 증대되기 때문이다. 한 모빌리티 기업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제휴 주차장의 사전예약과 자동정산 이용 비율 역시 코로나 19 확진자 급증 이전 대비 약 15% 상승했다고 한다.

비단 주차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통분야에서 모빌리티 기술발전은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호출형 택시의 성장, 개인형 이동수단의 증가, 공유플랫폼의 활성화, 배달이륜차의 확대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생활 곳곳의 분야에서 교통수단, 통행방법, 교통문화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교통안전 정책 수립 및 운영과 관련된 민·관 모두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발빠르게 활용해 실효적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주도면밀한 대처 모습이 더욱 필요한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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