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법인전환 시 350억 투자
통매각 중 라이나 가격만 5조 ↑
10년간 배당액 1.1조 벌어들여

미 시그나그룹이 처브그룹에 아태지역 8개국 보험사업 지분을 통매각, 거액의 매각자금을 챙기자 라이나생명 임직원들이 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시그나가 아태지역 보험사업 전체를 한화 6조8600억원(57억5000만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에서 가격책정의 핵심은 라이나생명이었다.

시그나가 라이나생명을 비롯한 글로벌 보험사업에 대한 매각을 추진한 건 올해 초부터다. 시그나의 보험사업은 한국, 뉴질랜드, 홍콩,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과 터키의 합작회사 등 7개국에 걸쳐있다.

이번 매각은 처브가 시그나 회장과 직접 인수를 논의하며 급물살을 탔다. 이후 핵심 계열사인 한국, 뉴질랜드, 홍콩 등에 대한 처브의 실사가 이뤄졌고, 이달 8일 양사는 잠정적인 주식 양도에 합의했다.

아태지역 보험사업 전체에서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곳은 라이나생명 뿐이다. 그 다음으로 평가받는 뉴질랜드와 홍콩 등의 경우 순이익은 몇백억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전체 매각가에서 6조원 가량이 라이나생명의 가치평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나생명이 알짜 계열사로 평가된 건 높은 이익창출 능력에서 비롯한 배당성향이다. 올 상반기 기준 라이나생명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은 2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 대형 3사(삼성·한화·교보)의 ROE는 4% 수준이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라이나생명이 본사에 송금한 배당액은 1조1650억원이다. 이 기간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2조3596억원이다. 배당성향을 단순계산하면 49%에 이른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의 절반을 본사로 송금해온 거다.

라이나생명은 지난 1987년 외국계 보험사 최초로 국내 진출했다. 지난 2004년 한국법인으로 전환한 이후 현재까지 자본금은 346억원이다. 별다른 자금수혈 없이 알짜 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해온 것. 346억원을 투자해 6조원이 넘는 이익을 본 셈이다. 

이번 딜로 시그나는 54억달러의 세후 이익을 거둘 예정이다. 시그나 입장에서 이번 매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이다.

이를 두고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시그나-처브간 비밀리에 진행된 딜에서 배제되었다는 불만이다. 현재 라이나생명 직원협의회는 집단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노조설립 등을 통해 고용승계뿐만 아니라 매각위로금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엿보이고 있다.

한편 시그나그룹이 추진하던 국내 1호 외국계 온라인 보험사인 ‘시그나손해보험’ 출범도 결과를 알 수 없게 됐다. 시티은행 개인영업 부문 철수 등 외국계 금융사가 줄줄이 떠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외국자본 유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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